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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국민연금 초등부 우수상 김혜미
책 한 권의 의미 며칠 전
우연히 친척 언니 집에서 놀다가 유난히도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책 한 권이 있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마지막 장을 닫는 순간에도 정말
이렇게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자신의 전부를 내어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까? 조그마한 의문점이 한동안 나의 가슴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누구나
각자의 나름대로 사랑을 실천하는 법을 습득하고 삶을 살아가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신마저 버리고 사랑을 실천하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내가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을 때, 나의 이 작은 의문점에 대답을 해준 이가 있었다. 별로 피부로 다가오는 실감나는 이해를
스스로가 깨닫지 못했었지만 주위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으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 오래 전 일은 아니다. 일요일 아침부터
고요하던 우리 집안 분위기를 한 순간에 깨어버린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따르릉~따르릉~” 전날 저녁 외식을 하느라고
가족들은 모두들 지쳐 전화벨 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렇지만 잠귀가 밝은 나는 갑작스럽게 울린 전화벨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꼭두새벽부터 무슨 전화야....’ 혼잣말로 내심 중얼거리면서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혜미니? 엄마 계시니?” 매우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를 찾는 이 분은 며칠 전에 과일이랑 과자를 잔뜩 사들고 우리 집을 방문하셨던 엄마의
어렸을 적 친구 분이었다. “예, 잠깐만요.”
왠지 모를 불안감에 온 몸이 오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들었던 밝은
목소리와는 전혀 달리 무언가에 많이 놀라신 것 같았다. 엄마를 깨우려고 재빨리 안방으로 달려갔다. 거실의 뻐꾸기 시계는 5시를 알리면서
침울하게 울고 있었다. 엄마는 눈을 비비시며 시계를 찾으셨다. “이 시간에 누구냐?” “그 때 우리 집에 오셨던 엄마 고향 친구
분 같은데…. 그래 수연이 이모! 그런데 목소리가 이상해.” 엄마는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전화기가 있는 거실로 가셨다. 몇 분의 길고
긴 통화가 끝난 후에 엄마는 우울한 표정으로 탁자 앞에 앉아 계셨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달려가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엄마의
심오하고 근심 어린 표정에서, 그리고 잠이 또 다시 나를 유혹했기 때문에 내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그리고 잠이 깼을 때 집안은 여느
일요일과는 달리 조용했다. 무슨 일이 있나? 새벽에 온 전화는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 문을 열었을 때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엄마의 화장대에 작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혜미야, 일어나면 씻고 밥 먹고 동생이랑 과자 먹으면서 공부하고 있거라.
엄마랑 아빠는 있다가 저녁 때 쯤에 올 꺼야. 동생이랑 싸우지 말고.’ 짧은 메모 속에서 불현듯 새벽의 전화가 생각이 났다. 3시
정도였을까? 은미랑 미술 숙제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뒤늦게야 안 사실이지만 엄마와 절친한 사이였던, 그러니까 나는 수연이
이모라고 부른다. (이모에게도 딸이 있는데 이름이 수연이다.) 그 이모의 남편이 화물차를 운전하시는데 불행하게도 빗물에 바퀴가 미끄러져 무안에서
목포로 오는 도로에서 사고를 당하셨다는 것이었다. 늘 밝은 얼굴로 우리를 대해주시던 그 이모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사실 난 그
이모가 좋았다. 유난히도 밝은 웃음을 지니고 계셨고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은 딸 수연이의 장애도 이모가 사랑으로 극복하는 모습이 나에겐 참
아름답게 보였다. 이모의 남편은 사고를 당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돌아 가셨다. 빗물에 세상이 씻기듯 그렇게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자식을 손수 팔로
안아 가신 것 같다.
저녁이 되어 엄마는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돌아 오셨다. “큰일이다. 지지리 복도 없지. 이제 수연이
데리고 어떻게 사니? 고 어린 것이 참 불쌍하지....” 엄마는 나의 손을 잡으시며 사람일이라는 것은 예고가 없으니 미리미리 잘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되새김 하셨다.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된 셈 며칠 째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어느 정도 여유를
찾고 있을 때 쯤, 문득 수연이 이모가 수연이를 데리고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예전보다 많이 야윈 모습이 역력했지만 밝은 웃음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이모는 제대로 된 보험 하나 들지 못했었지만 2년 전부터 의무적으로 가입했던 국민연금 덕택에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가입했던 남편의
사망으로 인해 이모는 유족연금을 이번 달부터 지급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이제는 생활비는 유지할 수 있으니 좌절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찾아서 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언젠가 사회 시간에 복지사회를 향하는 우리 경제에 대하는 수업 시간에 국민연금이
하루 빨리 뿌리를 내려야 건강한 선진국의 복지사회가 우리 나라에서도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회 시간에 복지사회란
뜻은 혼자만 잘 살려는 이기적인 삶의 추구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사랑의 현실적인 의미를 내포한다고 배운 기억이 난다.
과거에는 자기만 잘 살기도 힘든 터라 주위에 일부러 나눔을 베풀려는 것이 적었지만 점점 더 풍요로운 삶이 되면서 혼자서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도움을 주면서 잘 살게 되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저 힘없이 쓰러지는 한 모녀에게 작은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등불이 되고 버팀목이 된
셈이다.
사실 사회 속의 복지나 여러 가지 흐름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이지만 매달 집으로 배달되는 국민연금에 관한 자료를
읽으면서 그리고 밝게 현실과 함께 나란히 어깨를 하고 열심히 사시는 수연이 이모를 생각하면서 국민연금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
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복지사회 건립을 위해 국민 모두가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샌가 우리의 새 식구로 국민연금이 든든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었음 좋겠다.
나는 이런 국민연금에게 별명을 하나 붙여 주고 싶다.
국민연금 자료를 보면서 많은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을 알았다. 국민연금은 내가 읽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받는 것 보다 사랑을 실천하면서 더 쑥쑥 자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나의 가슴속에서도 그리고 어린 수연이의
가슴속에서도 차가운 현실이 아닌 따뜻한 동반자로서 믿음직스럽게 든든한 뿌리를 내렸으면 하는 것이 나의 큰 바람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국민연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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