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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부의 유산 초등부 우수상 국윤호
불의의 사고 “엄마, 왜 그러세요?”
학교에서 막 돌아와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집안 공기가 이상했다. 더구나 엄마는 얼마나 울었던지 눈까지 퉁퉁 부어있었다. 벌써 일년 전의 일이었지만
나는 그 날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큰 이모부가....” 엄마는 채 말을 끝내지 못하시고 또 울음을 터트리셨다. 우리
아버지는 조그만 건설회사를 운영하신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기사이셨던 큰 이모부와 함께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셨다. 아버지와 큰 이모부께서는 그
날도 7층짜리 건물을 짓는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시다 이모부께서 그만 추락하여 그 자리에서 돌아가신 것이다.
“애들도 여의지 못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엄마의 울음은 돌아가신 이모부가 불쌍해 우는 것보다 앞으로 살아갈 자신의 언니와 조카들이 더 걱정인 것
같았다. 그 때 이종사촌 형은 고등학교 3학년으로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었고 누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아버지를 잃었으니 어찌 대학에 입학할 엄두를 낼 수 있었겠는가?
장례를 치른 후 두 가족은 한숨만 쉬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가만있어 봐. 형님께서 언젠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신다고 하셨는데….” 다음날 아버지께서는 사무실의 이모부 책상을 뒤져
국민연금 가입서류를 찾아냈다. 앞날이 까맣게만 보이던 이모 가족에게 희망의 불씨는 의외의 곳에서 불꽃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실을
알고 보니 이모부께서는 매달 월급에서 10여 만원씩을 떼어 아무도 모르게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혹시나 있을 사고에 대비하셨던 것이다. 그런
이모부의 유비무환 정신으로 인해 이종 사촌형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매달 유족연금을 받아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술만 좋아하던
형님인줄만 알았는데.... 굼벵이도 뒹구는 재주가 있구먼....” 술을 워낙 좋아해 지갑에 돈이 남아 있질 않았다던 큰 이모부를 두고
굼벵이에 빗대어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이웃과 함께 어려움을 도와주는 아름다운 풍속 우리는
조상들로부터 아름다운 풍속을 물려받았다. 이웃과 서로 돕고 어려운 사람을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 ‘두레’나 ‘향약’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다양화되고 개인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상부상조의 정신을 법제화하거나 제도화시킨 것이 바로 ‘국민연금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내세는 믿으며 불공을 드리고, 기도를 하면서 현실에서의 불행에 대비하는 마음은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각종
사고의 위험은 높아지고, 질병 발생률 역시 높아지게 마련인 것이다. 또 늙고 힘이 없을수록 경제력이 단단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노후를 대비하여 ‘국민연금제도’가 꼭 필요한 것이다.
“여보, 우리도 국민연금에 가입합시다. 특히
당신같이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엄마의 다그침에 아버지께서는 담배만 뻐끔뻐끔 피우시며 말씀하셨다. “어쩐지
기분이….” 그 날 이후 엄마의 보챔에 의해 아버지께서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시곤 항상 웃음 띤 얼굴로 말씀하신다. “이젠 우리도 걱정
없다. 노후보장을 해 놨으니....” 나는 그런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모든 국민이 유비무환 정신을 생활화할 수 있는 ‘국민연금’에
가입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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