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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둔원고등학교 2학년 송 승 근
“형이 왜 이렇게 늦지? 언제 온다는 말하지
않았나?” “그러게 말이야. 아직도 도와줄 사람이 많은가 봐.”“형도 참, 모처럼 형제가 한자리에 모이는 날인데. 그래도 난 이런 형이
자랑스럽다니까~” 집안 전체가 부산스럽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모여 서로의 활약상을 자랑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모두들 들떠 있네요. 하지만
아직 맏형이 오지 않았습니다. 항상 바쁜 맏형의 이름은 ‘노령 연금’이예요. 나이가 들어 은퇴하신 분들을 편하게 살펴 드리는 일을 하는데,
100만 명이 넘는 분들의 안정된 노후생활이 형의 어깨에 걸려 있다는 말을 들으면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답니다. 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둘째형의 이름은 ‘유족연금’이라고 합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계신 분이 돌아가신다면, 그 가족 분들이 안정된 삶을 살아가실 수 있게 도와
드리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답니다. 그리고 막내인 저는 ‘장애연금’이라고 해요. 저의 임무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는 일이랍니다. 아, 저기 형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무언가 한 아름 안고 있는데요?
“형, 어서 와. 그게 뭐길래 그렇게
소중하게 끌어안고 오는 거야?” “다들 잘 있었니? 오래 기다렸지? 오는 길에 서구 노인정 여러분들에게 받은 선물이란다. 그 분들께서
용돈을 조금씩 모아 사신 거래. 그 분들, 나한테 얼마나 고마워하시든지…. 내가 노인정의 분위기를 바꾸어 놨다고 그러시더구나. 예전 연금이 없던
시절, 모두들 자식에게 의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셨는데, 이제는 다른 거지. 매달 일정한 액수의 연금이라는 당당한 수입이 생기신 거야. 사실
그분들은 젊을 때의 돈을 되돌려 받는 것뿐인데. 예전에 없던 자신감을 되찾으셨다고 하셔. 매일 소일거리를 찾던 일상을 보내고 계셨었는데, 이젠
무언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신다고 하니, 나도 여간 기쁜 게 아니다. 지난 날 그분들이 일을 하며 소득이 있을 때 날 믿고 국민연금 제도에
동참하신 덕분이지.?? 맏형의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모두들 반가워하며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네요. 그러다 화제가 둘째형 유족연금에 대해
옮겨가자 둘째형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맏형이 물었습니다. “둘째야. 무슨 일 있니? 표정이 좋지 않구나.” “어… 내가 도와
드리던 한 분이 생각이 나서 그래. 다들 기억나지? 두부 공장에서 일하시던 분인데, 없는 살림에도 우리 국민연금 가족에게 매월 꾸준히 연금을
부쳐 주시던 분…. 작년에 퇴근 하다가 사고로 돌아가셨잖아.?? “아, 그 성실하시던 분, 가족을 끔찍이 사랑하셨는데 정말 안타까웠어.
근데 갑자기 그 분 이야기는 왜 하니?” “그분의 가족을 돌봐 드리는 게 내 임무잖아. 그런데 가족이 모두 어디에도 말하지 않고 훌쩍
이사를 가 버린 거야. 참 막막하더라고…. 하지만 대전 전체를 돌아다니며 수소문한 끝에 그 가족을 찾았어.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가족 분들이 내
지원금을 받으실 수 있다는 걸 모르셨던 거야. 직접 찾아가서 연금을 전달한 내 성의에 어찌나 고마워하시든지. 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겠어.?? 그 돌아가신 분의 부인께서는 전달된 유족연금을 ‘남편이 하늘에서 자신들을 지켜 주시는 것’으로 느껴 정말 소중하게
대하셨고, 자식들도 반드시 성공해서 우리 형제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는 형의 말을 듣고는 절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아직
말하지 않았지만 저도 정말 보람을 느낀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도와주던 성실한 젊은이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사고로 척추를 다쳐 제
도움을 받기 시작했답니다. 더군다나 주변에 그를 도와줄 친?인척이 없는 실정이라, 그에게 살아갈 수단은 저의 도움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원하는 연금을 틈틈이 모으더니, 사무용품과 서적들을 하나씩 사서 공부를 시작하더군요. 사실 그 청년은 사고 전에는 일용직의 노동을 했었는데,
장애를 가졌으니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죠. 그는 어느 정도의 실력을 기른 뒤 사무실에 취직을 하더니,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깨며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그 후 일하면서 받는 월급에 제가 매월 도와주는 연금으로 지금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변해가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며, 제가 이 젊은이의 변화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 그지없었답니다.
이와 같이 우리 형제는 국가의 지원 아래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모두 일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봉사하고 있습니다. 너무
거창한가요? 하지만 우리의 역할을 이해하신다면 저의 말에 수긍하실 것입니다. 우선 우리는 평소에 국민들께서 주시는 소정의 보험료를 맡아
관리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국민께서 나이가 들어 은퇴하시거나 장애나 사망으로 소득능력을 상실하셨을 때, 본인과 그 가족에게 매달 연금을 지급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노령인구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현실에 우리의 역할은 더욱 커진답니다. 갈수록 출산율은
줄어들고 노령인구의 비율은 높아지니 자식들의 노인 부양의 부담은 늘어만 갑니다. 이제 자식에게 노후의 안정된 생활을 온전히 맡기겠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 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우리 국민연금이 노인들의 금전적인 문제만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의 노력의 대가로서 받는 연금은 노인
분들에게 경제적 안정뿐만이 아닌 자신감까지 심어 드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 전체에서 보면 우리의 역할은 좀 더 커집니다.
지출하는 보험금과 받게 되는 수령액의 비율이 생활이 넉넉지 않은 분들에게 유리해,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사이에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잘 사는 복지사회의 기틀이 여기에서 다져지는 것이죠. 이 때 고소득층은 비록 연금의 이율이 높진 않지만,
보험금을 냄으로써 스스로 사회에 기여하고 또한 사회통합에 이바지한다는 보다 넓은 긍정적 사고와 보람을 갖게 되죠. 또 국민연금 기금의
조성은 한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120조 원의 기금은 국민의 안정된 삶을 보장함은 물론이고,
경제발달을 위한 비옥한 토양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수익금은 다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합니다. 사회와
그 사회 구성원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 효과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득 형이 매일 강조하던, ‘국민연금은 품앗이’라는
말과 아버지께서 하시던 ‘국민연금은 씨종자를 남겨 두는 것’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우리의 지혜로운 조상님들께서 중요하게 여겼던
‘품앗이’라는 전통과 씨종자 남기는 것, 아시죠? 마을의 이웃들이 모여 김장을 담그거나 모내기를 하는 등의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번갈아
가며 힘이 되어 주는 미풍양속이랍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풍속에 담긴 협동, 협력의 정신을 저희 국민연금이라는 복지 제도 안에 꼭꼭 눌러 담아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어 힘들 때가 많아요. 어떤 분들은 매월
납부해야 하는 보험금을 부담스러워 하십니다. 어려운 살림에 적은 돈이라도 지출이 있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시는 거죠. 하지만 국민들께 우리
형제에 대한 지원이 의무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당장 놀고 싶은 욕심을 포기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국민들도 현실의 희생을 감수하며 미래의 일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보통 젊은이들은 ‘내가
벌써부터 노후를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 처지에 무슨 노후 대책이야. 그때 그때 먹고 살기도 바쁜데….’
하는 마음에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합니다. 또한 사람의 일이란 미래를 쉽게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지금 자신이 부유해 노후를 부양할 돈까지
있는 사람이라도 혹시나 모를 사건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은 항상 필요해요. 개인적으로 개인연금 등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국민연금 제도를 따르는 것만큼 효율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랍니다. 일반적인 개인연금을 이용할 때보다 국민연금에 동참할 때 2~5배 정도 많은
수령액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지금 내는 국민연금에 대해 온전히 보상받을 수 있을까?’ 하는 석연치 않은 의문을
가지시기도 합니다. 이것은 국민연금 기금이 운용되는 방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생각이랍니다. 우선 국민연금제도는 국가에서 관장하기 때문에
국가가 존속하는 한 연금은 반드시 지급됩니다. 또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기금운용 수입도 상당합니다. 세게 1위의 수익률을 3년이나 유지해
세계에서 인정받을 정도니까요. 게다가 국민들께서 받게 되는 연금 수령액은 물가가 오름에 따라서 함께 늘어가기까지 하니,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은
정말 손해를 보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웃음과 울음을 자아내던 이야기들이 모두 끝나고
맏형이 말을 꺼냈습니다. “오늘 참 보람찬 대화가 오고 갔구나. 우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고 있는 줄은
몰랐어.” “맞아, 형. 매일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봉사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정말 보람 있는 일이야. 지금은 100만 명, 앞으로는 온
국민의 미소가 우리에게 걸려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내 자신이 자랑스러운데?” 작은 형의 사뭇 진지한 말에 맏형 또한 엄숙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이것으로 오늘의 모임도 끝이 나네요. “둘째의 말을 들으니 나도 절로 뿌듯하구나. 하지만 우리의 모든 활동이 우리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란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께서 우리의 힘이 되어 주고, 지금은 우리를 이해하고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사실에 힘을 갖고 각자 돌아가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자꾸나!”
우리는 항상 꿈꿉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또 우리는 꿈꿉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 협력하고 아끼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말입니다. 혹시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침몰이 불가능한 여객선이라고 불렸던 타이타닉의 선장은 그 배의 안전성을 과신한 나머지 구명보트를 충분히 싣지 않았다고 해요. 결국 타이타닉 호는
처녀항해에서 1,500명의 희생자를 내는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왔지요. 사람이 사는 것도 어떠한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 거대한 배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연금 형제가 타이타닉 호의 구명보트라고 하면 어떨까요? 약간은 고되더라도 우리 형제를 믿어 주세요. 국민 여러분들은
뜻밖의 사건으로 절망의 바다에 빠지더라도 우리 삼형제는 언제나 어느 때나 국민연금과 함께 희망을 가지고 달려갈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