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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장려상)효자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2

조회수

2171

내용

제 3회 장려상
효자

박한상 /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 특례노령연금 수급자

여보 오늘 무슨날인지 아능교?
아침식탁에 앉으려는데 난데없이 마누라가 물어왔다.
뭐 무슨날 가만있자 오늘이 음력으로 며칠인데? 누구 생일도 아닌데.
아이고 생일은 무슨 생일 우리 연금이가 돈 부쳐주는 날이지 뭔교! 유월 이십일이란걸 이제 알았능교?
벌써 또 그리 됐나? 아따 되게 바르네.

지난 3월 30일날 은행에서 연금 찾고 그 돈을 바로 적금넣고 한지가 바로 어저께 같은데 벌써 6월 20일이라니 3개월이라는 기간 이 그리 긴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세월만 빠른줄 알았는데 연금타는 즐거움도 잘도 다가오는 것 같이 느껴진 다. 하기야 우리 마누라의 말처럼 우리효자 연금이가 돈을 처음 부쳐 주던 것이 93년 12월 20일이니까 어느덧 2년 9개월이 지나 고 이달 20일이면 연금수급회수가 12회가 된다. 분기마다 19만 6천 3백 50원 (해마다 조금씩 인상되었음)이니 총수급액이 언 2백 10만 5천 6백 4십원이 되었다. 하기야 돈 잘쓰는 사람 한자리 술값도 안되는 보잘것없는 액수지만 우리 늙은 부부에게는 한없는 즐거움이고 낙이며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다. 날짜도 한번 늦어 본 적이 없는 착하디 착한 효자 자식이다.
지금도 그때일을 더듬어보면 열번 스므번 잘한 짓이라 생각되며 그때 나에게 연금을 탈 수 있도록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던 이름 도 성도 모르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아가씨한테 다시한번 감사의 뜻을 보낸다. 그러니까 93년도 초순경이라 생각된다.

다니던 K사를 그만두고 그때까지 넣은 국민연금을 찾으려 수영구 광안리에 위치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찾아갔다. 어느 담당자 아가씨에게 연금을 일시불로 찾으러 왔느라고 했더니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 컴퓨터로 조회해 보더니 아저씨는 연금을 몇번만 더 계속 불입하여 60회를 채워 연금으로 받도록 하시라고 몇번이고 권유를 한다.
솔직히 그때는 내가 낸 연금 내가 일시불로 찾겠다는데 왜 아가씨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 하느냐고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일시불로 찾으시면 당장은 좋으실지 모르지만 돈이란 있으면 쓰기 마련이니까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눈 딱감고 몇회만 개인연 금으로 불입해서 평생동안 연금을 타고 본인이 사망후에도 배우자까지 연금혜택을 받는다고 일러준다. 두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앞으로 절대로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얼굴 가득 미소 지으며 거듭거듭 강조한다.
딸같은 저 아가씨가 저토록 권유를 하는데 아버지뻘 되는 나에게 설마 해롭게야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공단문을 들어섰을 때까지도 연금을 일시불로 찾아서 내 나름대로는 이것저것 쓸 곳을 계획하고 있었다. 첫째 양산에 사는 큰 아들내외, 김해에 사는 큰딸 모두 불러모아 애들 말대로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모처럼 칼질 한번 시켜주고, 둘째 막내놈에게 항 상 제엄마를 졸라대던 메이커 있는 신발도 한컬레 신겨주고, 셋째 30여년을 같이 살아와도 외출복 하나 변변한 것 없는 마누라에 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정장 한벌 입혀주어 좋은 영감, 좋은 아버지 되어볼려고 하였는데..
그래서 인장도장까지 챙겨넣고 어깨에 가벼운 힘까지 주어가며 공단문을 들어섰던 내가 어저다가 마음이 바뀌어 60회까지 연금 보험료를 불입해서 특례노령연금으로 받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고 공단문을 나섰는지 모르겠다. 황소마냥 습스레하게 혼자 웃으 며 약간은 허전한 마음을 안고 밖으로 나왔지만 하늘은 무척이나 높았다.

여보! 연금이 모두 얼마나 되던교? 하면서 반기는 마누라에게 일시불로 안찾고 연금으로 받기로 한 까닭을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더니 뜻밖에도 아이고 당신 참 잘 했심더 그까짓 칠팔십만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데 우리가 평생동안 연금받고 사는데 얼마나 잘되었는지 모릅니데이 그 아가씨 누군지는 몰라도 복 많이 받고 좋은데 시집갈끼데이 두고 보라마 하머
그달부터 연금보험료를 몇 개월 더 불입해서 60회를 채웠다. 93년 11월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국민연금수급증서를 보내왔다. 내 결심이 헛되지 않아 벌써 결실로 나타난 것이다. 마누라와 함께 돋보기를 번갈아 끼면서 그 수급증서를 읽으며 기뻐했다.
다음달 93년 12월 20일 드디어 첫연금을 받았다. 정말 꿈만 같았다.
내평생은 물론 마누라까지 혜택을 본다고 생각을 하니 억만장자나 된듯 가슴이 뿌듯 하였고 복권이 1등 당첨된들 이렇게 마음이 흐뭇할까 싶었다. 비록 연금이라기엔 적은 금액이지만 알뜰이 잘 가꾸어 나가면 큰 보람도 얻으리라 믿었다.

돈이란 버는 자랑보다 쓰는 자랑을 하라는 말도 있듯이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어느 저 축왕의 말처럼 안쓰는 것이 곧 버는 것이라던 그말이 내 가슴에 와 닿는다. 어떤일이 있더라도 이 연금만은 단돈 10원도 쓰지 않고 전액 적금과 예금으로 넣고있다. 부족금은 충당하여 매월 10만원씩 적금으로 넣는데 매년 126만원이 예탁되었다. 이미 2번 예탁이 되어 253만원이 되었고, 내년 97년 2월 23일 적금을 타면 원금만 하더라도 379만원이 된다.
티끌모아 태산이 되듯 내 적은 연금도 3년만에 약 400만원이 되어 있다. 이것만 하더라도 남들이 흔히 갔다온 동남아 여행이야 우리 내외 갔다오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때 못해준 좋은 아버지, 멋진 영감노릇 이번에는 꼭 해주리라 다짐해본다. 해외라고는 몇해전 계모임에서 제주도 한번 갔다 온 것 밖에 없는 우리 늙은 부부가 효자인 연금덕분에 내년 5월 어버이날 전후해서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3개국을 다녀올 예정으로 벌써부터 우리 내외 가슴은 부풀고 있다.

옛 속담에 재주는 곰이하고 돈은 XX놈이 먹는다고 하듯이 여행경비는 국민연금이 만들어 주고 얼굴은 우리 아이들이 내고 효자 소리까지 듣게 해준다. 혼자 가만이 생각해도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우리 마누라는 한술 더떠서 계모임마다 자식들 자랑을 늘 어 놓는다.
봐라 있제? 우리 양산 큰아하고 김해 큰딸 하고 언제부터 동남아 관광 한번 갔다오라고 저래 야단인데 어야믄 되겠노 어야? 저 것들 다 월급이 뻔한데 무슨 돈이 있노카고 안간다 했는데, 우리도 남들처럼 효자소리 한번 듣게 해달라고 저리 해싸니. 고마 못이긴 체하고 우리 영감 할마이 갔다오면 싶은데 너구는 어이 생각하노 어야?
입에 침도 안바르고 잘도 늘어놓는다.

아이고 정말 아지메집 아이들은 어쩌믄 그리 효자들이고 참말고 부럽데이.
효자는 무슨 효자, 요새 아이들 효도관광 한두번 안보내 준 집 어데있드노. 우리는 늦은 편이데이 맞제?
뒤에서 말없이 듣고 있어도 과히 밉지는 않은 말이다.
분기마다 연금타서 다달이 적금넣고 적금타서 예탁하고 이렇게 자꾸만 목돈으로 불어난다.

그돈으로 관광가면 우리집 애들 착한 효자 되고, 갔다와서 선물 한가지씩만 사주어도 좋은 엄마 아버지되고, 손자놈 장난감 한 아름 안겨주면 할아머지 사랑해 하면서 고사리 손으로 내목을 꼭 껴안을 것이다. 이렇게 즐겁고 좋은 일들이 해마다 이어질 것 이고 아니 영원히 계속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일거양득 아니 일거다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달이 가고 해가 갈수록 겨울 장독대에 함박눈이 쌓이듯 소복소복 쌓여만 가는 나의 이 국민연금! 내년 가을쯤 시집도 보내야 할 둘째 딸에게는 세탁기랑 전자제품 몇가지는 이돈에서 사주고 막내놈 등록금도 선뜩 내줘야 되겠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아니 우 리 늙은 부부가 살아있는 한 우리 국민연금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서 불평불만 한마디 없이 착한 효자가 되어 맴돌고 있을 것이 고 우리 두 늙은이는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