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5회 장려상)여보! 당신은 영원한 가장이십니다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3

조회수

2239

내용

제5회 장려상
여보! 당신은 영원한 가장이십니다

원종임/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멱곡2리

오늘은 월말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청소를 마친 후 읍내에 나갈 준비를 합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십이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두 해 전에 돌아가신 후 저에게는 매월 정기적인 행사가 되었습니다. 다름 아닌 국민연금이 지급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경기도 여주군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그곳에서 태어나 한평생 농업을 생업으로 살아왔으며, 홀어머니의 장남이며 1남 3녀의 가장으로 마을 이장일도 보면서 지역사회에서 나름대로 봉사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남편은 아이들의 부족한 교육비를 메우기 위해 1991.3.11일 경기도 여주군 소재 석산마스타기업(주)에 경비직으로 입사를 하였습니다.

농사일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했으나 가장의 본분을 지키려는 남편을 볼 때면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웠습니다.
회사에 입사한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1991.4.24일 날씨도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그이는 평상시와 같이 출근을 하였고, 출근한 지 얼마 지나자 않아 남편이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남편은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하였는데 병원에 있는 소식을 듣고서도 "조금 다쳤겠지" 하면서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이는 사경을 헤맸고 담당의사는 생명이 위독하니 빨리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소견서를 써주었습니다.

사태는 심상치 않았고 생명을 건져도 사람구실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의사는 저를 불러놓고 다시 집으로 모셔가라고 권하더군요.
정말 큰 병원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가졌지만 또 한번 좌절과 실망을 안고 그 자리에 주저 않아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린 후 이제는 현실적인 걱정이 앞서더군요. 당시 사고는 운전 부주위로 오토바이가 전복되어 발생한 사고이기에 의료보험도 안되고, 보험회사의 책임보험마저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막대한 병원비가 제 어깨를 누르더군요.

우리집 형편을 잘 알고 있던 마을주민들은 위로금을 걷었고, 저를 도와 남편을 간호하고 내일처럼 안타까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주위의 도움은 제가 좌절하지 않고 온 정성을 다하여 남편을 간호하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한달 가까이 중환자실에 있던 남편이 눈을 떴고 6개월 동안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을 하였습니다.
남편은 뇌손상으로 모든 기억을 잃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하여도 전혀 알지 못하였으며 척추4번 신경 절단으로 하반신 마비가 되어 주위의 도움 없이는 잠시라도 살수가 없는 상태이었습니다.

저는 생계유지를 위해 농사일을 하면서 인근 대학교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게되었고 칠순인 노모는 병석에 누워있는 남편과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거두었습니다. 비록 생활은 어려웠지만 아이들은 바르게 자라주었고 온 식구는 아빠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다시 화목한 가정으로 자리잡기 시작하였습니다.

1995년 봄 읍사무소에서는 국민연금이라는 생소한 홍보를 하더군요.
생활이 궁핍한 저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였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또한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신뢰성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무지했던 저였습니다.

오직 저에게는 병든 남편과 가족들뿐이었습니다. 국민연금에 대한 홍보는 끊이지 않았고 마을 이장님을 통하여, 반상회를 통하여 나의 마음은 조금씩 열렸습니다.

1996년 10월 국민연금 자격취득신고서를 작성하여 읍사무소에 제출하였고, 월보험료 29,700원으로 농어민 국고보조금 2,200원을 제외한 매월 27,500원을 납부하였습니다.
1998.08.28일 그렇게도 나에게 힘이 되었던 남편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마음속으로 떠난 남편에게 시어머니와 자녀들을 잘 보살피겠노라 다짐했습니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저는 한가지씩 정리를 하였고, 상속문제로부터 여러 가지를 정리하던 중 국민연금 가입증서를 발견했습니다. 국민연금에 대해 알지 못한 저로서는 납부금액이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받을 금액도 작다고 생각하여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러던 중 국민연금 이천지사로부터 급여청구 안내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돌아가시고 받게 되는 연금인지라 왠지 죄스러운 생각에 청구할 용기가 안나더군요.

그렇게 일년여가 지났고, 재차 급여청구 안내문을 받은 후 국민연금 이천지사에 방문하였습니다. 서류를 검토하던 담당자는 남편이 사고발생 당시 사업장 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었으므로 장애연금을 지급 받을 수 있음을 알려주었고, 그러한 청구는 가입자가 사망하여도 유족이 청구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십여년 전이라, 장애연금 심사자료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그냥 유족연금만 지급 받게 해달라고 하자, "해봐서 안되면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보자며" 적극적으로 장애연금 청구를 권하더군요. 이에 용기를 얻어 관련서류를 준비하였고, 국민연금으로부터 "장애연금 지급(1등급)결정 통지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2000.4월말 7,106,180원이라는 큰돈이 통장으로 입금되었고 매달 171,820원이라는 돈이 저희 통장으로 입금되고 있습니다.

처음 연금을 받던 날 남편 얼굴이 떠오르며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더군요. "여보, 그 동안 고생이 많았소. 이것은 나의 정성이요. 다시 만날 때까지 가족들을 잘 보살펴 주시오."라고.

그리고 연금을 어떻게 사용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사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이 금년 말에 결혼을 합니다. 지급 받은 연금은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 결혼비용으로 쓸려고 그대로 두었고, 매달 나오는 연금은 시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23개월 동안 620,700원을 납부하고 이렇게 큰 혜택을 받는 것은 사고당시 어려움에 처했던 저희 가정을 마을주민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것과 같이 평범한 국민의 한사람으로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국민연금이 함께 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국민연금 얘기를 할 때면 우리처럼 넉넉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제도이므로 망설이지 말고 착실히 연금을 납부하라고 말합니다.

끝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편에서 손과 발이 되어 애쓰는 국민연금 직원들의 노고와 국민연금이 있는 한 이 사회의 희망과 사랑의 꽃이 더욱 피어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보! 당신은 영원한 가장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