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7회 중등부 우수상)저의 늙은 모습을 하고 계실 미래의 할아버지께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6
조회수
2632
내용
 
 
보성중학교 3학년 이 경 후

안녕하세요? 저는 할아버지의 중3시절을 한창 보내고 있는 경후랍니다. 요즘 들어 부쩍 저의 늙은 모습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다 보니 이렇게 미래의 저인 할아버지께 편지까지 쓰게 됐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어떤 모습을 하고 계십니까? 아마 이 질문의 답이 적힌 답장을 받으려면 몇 십 년 후에나 받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몇 십 년 후에 답장을 받아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세세한 것까지야 몰라도 어렴풋이는 알 수 있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 할아버진, 힘이 없고 초라한 모습일 겁니다. 사람이 죽는 순간까지 영원히 젊은 시절처럼 힘이 넘치고 돈도 잘 벌 수는 없는 거잖습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젊은 시절에 돈을 많이 벌어 힘도 없고 돈 벌기도 힘든 노후생활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던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젊었을 때 수입이 적어 저축은커녕 생활조차 힘들어 노후준비를 못했다면……. 할아버지께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답니다. 그럼 그 사람들은 노후생활을 짐승처럼 비참하게 보내야 하는 겁니까? 이런 비극적인 일을 막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에서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전 이런 국민연금제도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제 생각을 누군가에게 표현해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누구에게 쓸까 고민을 하던 중 제가 늙어서 노인이 되었을 때의 사람. 바로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비록 제가 국민연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이 편지에 국민연금에 대한 제 생각을 담을까 합니다.
얼마 전 방과 후에 친구와 하교 길을 걷고 있는데 몇 미터 앞의 어른들께서 무언가 열심히 말씀하시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와 제 친구는 서로 하던 이야기는 그만 둔 채 그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보호하기 위해 만든 국민연금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른들의 주장의 근거는 국민연금으로 자신이 내는 돈보다, 받을 돈이 적을 것 같다는 이유였습니다.
“복지국가면 다야? 무슨 국가가 보험사냐? 최소한 가입하기 싫은 사람은 가입 안 해도 되게 해줘야 할 것 아냐? 그리고 무슨 보험이 자동차보험도 아닌데 내는 돈보다 받을 돈이 적을 확률이 많다는 게 말이 되냐고. 안 그래??? 그러자 옆에 계시던 어른께서 ??당연하지. 우리나라는 원래 문제가 많아.??이런 말씀을 스스럼없이 하셨습니다. 저는 그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은 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저 어른들께서 하시던 말씀이 옳은가 하고 말입니다. 물론 그 어른들께서 하신 말씀처럼 젊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경우에 따라서 내는 돈에 비해 받을 돈이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어른들께서 국민연금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 어른들은 짐승보다 더 비참하게 살지도 모르는 그 사람. 바로 그 사람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들과 자신의 부모님은 어떻게 되건 자신만 생각한 이기적인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어른들이 너무나 한심해 보였습니다.
제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미래의 저인 할아버지 부모님께서는 IMF 이전에 연금을 납부하시고 현재는 보험료(국민연금)를 납부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IMF 때 아버지께서 은행 일을 그만두시게 된 이후 여러 회사에서 일을 하시지만 언제나 봉투는 얇고 초라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 그런데 그 사실 아십니까? 국민연금제도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간의 소득격차를 줄여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하실 걸로 상상이 됩니다. 국민연금은 할아버지 부모님처럼 납부한 보험료가 적더라도, 소득이 많아 보험료를 많이 낸 사람과 노후에 받는 연금의 차이는 납입한 보험료의 차이보다 훨씬 적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연금이 사회통합과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그것으로 왠지 피해를 보는 듯한 혹자는 그것이 불공평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잘 살게 된 사람은 어떻게 해서 잘 살게 되었나 생각을 해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국가에서 교육을 시키고 범죄로부터 보호하지 않았다면 과연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있었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사업가는 노동자의 도움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국가와 이웃이 있었기에 잘 살게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즉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동체 말입니다. 그러므로 잘 사는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어려우면 조금 돕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해서 불평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자신이 사업실패라든지 큰 빚을 지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신이 갑작스런 사고로 장애인이 되어 수입이 아주 없게 되는 상황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때 바로 자신이 약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내는 돈을 불평하는 것은 잘못도 큰 잘못입니다. 지금까지 이렇듯 국민연금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이유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불만을 들여다보면 한 인간의 이기적이고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중학교는 크게 두 분류의 학생들이 다닙니다. 첫 번째 분류는 윗마을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이고 두 번째 분류는 아랫마을 학생들입니다. 윗마을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의 집은 부유하고 아랫마을에 사는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는 전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빈부격차가 커도 될까? 이건 딱히 법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돈의 소유정도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신분사회가 아닐까? 차라리 공산주의 체제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너무 심각한 빈부격차를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 변호사, 의사, 교수를 부모님으로 둔 윗마을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에 대한 저의 열등감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성장이냐 분배냐 하며 정치권에서 말이 많습니다.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는 성장만을 하며 달려와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당당히 선진국의 반열에 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성장만을 하다 보니 분배에는 신경을 못 쓴 것이 사실입니다. 국민 모두가 굶주림에 시달리는 후진국에서는 분배보다 성장이 중요하겠지만 잘 사는 선진국에서는 빈부격차가 크다면 당연히 분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분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국민연금제도라고 확신합니다.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므로 위험이 적고 예측이 힘든 노후의 소득을 평생 보장하고,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간에 소득격차를 줄여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이 국민연금!!!
서민들이 불경기로 힘들어하는 지금.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국민연금제도를 국민 모두가 아끼고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할아버지께서 사시는 미래의 사람들도 국민연금제도를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2005년 7월 과거의 이경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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