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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자중학교 1학년 이 주 영
마라톤을 하다 보면 출발선에 섰던 사람보다 결승선에 도착한
사람이 훨씬 적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출발하고 얼마 동안은 참가한 선수 모두 얼굴에 아직은 편안함이 묻어 있고 웃음이 있게 마련이다.
나중을 생각하지 못한 채 자신의 체력을 생각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려나가는 어리석은 사람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얼굴에는 괴로움이 가득차고 표정도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면 마라톤을 포기하는 사람도 생기고, 도중에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결승선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나중을 위해 자신의 체력을 비축하고 출발부터 꾸준히 달려온 사람들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을
어른들은 참 많이 한다. 살다 보면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도 생기고, 도중에 사고가 나기도 한다. ‘뭐 별 일 있겠어?’ 하며 처음부터 전력으로
달려나온 사람들은 괴로운 끝을 보내게 되고, 나중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 둔 사람들은 느긋한 마무리를 하고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듯이 금전적
여유가 있을 때 비축해두면 좀 더 느긋한 마무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마무리를 느긋하게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저축을 하기도 하고 보험을 들기도 하면서. 그 중 국민연금은 노후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무엇일까? 연금은 사회보장제도의 일종으로서 소득이 있는 젊은 시절에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했다가 만약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장애를 얻었거나 사망했을 때, 또는 나이가 들어 소득 능력을 상실했을 때 본인과 그 유족에게 매달 일정한 액수의 돈을 국가에서 지급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서 소득 능력이 있을 때 돈을 맡겨놓았다가 더 많은 액수의 돈을 다시 돌려 받는 일종의 미래를 위한 하나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사고나 질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특히 현대사회는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서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 각종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여 본인과 가족의 생활안정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위험을 스스로 해결하기엔 금전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도 조기퇴직이나 경제구조조정이 일반화되고
있어 소득능력을 상실하기 전에 노후를 대비하지 못할 경우에는 불우한 노후생활을 겪게 될 위험이 많다. 며칠 전, TV의 모 프로그램에서
많은 독거노인들의 모습이 방영되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다. 젊은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명 3D 직종은 물론,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살아오신 할머니들이 성공한 자식들에게 귀찮은 짐이 되어 버리고, 쓰러져 가는
3평도 안 되는 눅눅한 지하 방에서 어렵게 버텨나가고 계셨다. 할머니는 굽은 등과 쉴 새 없이 뚝뚝 소리를 내는 무릎을 꾹 잡고 힘든 지하계단을
내려가셨다. 찾아온 손님을 보며 안 아프다고 웃으시면서도 자식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찍어내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마음을 쓰리게
했다. 학교 가는 길에 매일 마주치는 한 할아버지는 늘 같은 옷을 입으신다. 어렵게 구하신 듯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꼭 움켜쥐고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신다. 냉정하게 피해버리는 사람들 앞에선 자신의 까만 손이 부끄러운 듯 등 뒤로 감추시던 할아버지. 그 장면을
보면서 만약 ‘이 분들이 젊은 시절에 노후준비를 빈틈없이 하셨다면 과연 저렇게 쓸쓸한 노후를 맞이하고 계실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한편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5년 전에 정년퇴임하고 느긋한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젊은 시절부터 꼬박꼬박 국민연금에
돈을 저축하신 덕분에 지금은 40만 원 정도의 돈을 매달 받으시고 가끔씩 찾아가는 손자와 손녀들에게 용돈을 주시기도 한다. “그 때는 매달
어렵게 번 돈을 느그 할비가 왜 그렇게 가져다 바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 뭐, 지역사회 유지라고 위신 세울라고 그러는 줄 알았제. 그래도 니
할비가 잘한그다. 그 덕분에 매달 돈 나오제, 이쁜 우리 손녀 용돈도 주제.”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당시에는 사람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국민연금을 내면 없어지거나, 노후에 못 받을까봐 보험료를 잘 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노후를
알았다면 과연 국민연금에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과 의학기술의 눈부신 발달 때문에 평균 수명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나
노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의 평균수명은 75세였으나, 지금으로부터 25년 후에는 평균수명이 82살이나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노인의 비율도 늘어나 65세 이상의 노령인구 역시 2000년에는 7.2%에 불과하였으나 25년 후에는 그의 3배를 넘는
23.1%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봄이 있으면 겨울이 있고, 해가 뜨고 나면 달이 뜨고, 화창한 날이 있으면 비 내리는 흐린 날이
있듯이 항상 행복하고 밝은 날들만 있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나이가 들고 병이 들어 힘과 능력이 없는 때가 오게 마련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급급한 날들의 연속으로 노후를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바쳐 자식들을 성공시키고,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해 왔다면 그만큼 느긋한 노후를 보낼 권리가 있다. 마무리가 중요하듯이 젊은 시절만큼 노년기를 알차게 보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리석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물 안만 보고, 바로 앞의 상황만 보고 살아가기보다는 저 미래의 앞을 보고 판단하여 미리
준비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멀리 보는 눈을 가지고 현명한 선택, 국민연금을 선택한다면 느긋하고 튼튼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은 마치 화음과 같은 것이다. 국민연금은 ‘나’ 혼자서 대비하기 어려운 위험을 모든 국민이 서로 도와 대처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보험료를 많이 내고 나중에 연금도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다. 바로 소득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이웃을 돕는
사회 통합, 소득재분배 기능이며, 서로 도와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간에 소득 격차를 줄여 노년을 다 함께 행복하게 보내자는 것이다.
‘나’보다는 ‘우리’를 추구하는 국민연금, 마치 서로 돕는 화음과 같은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많은 논란의 주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에서는 국민연금을 풍자하는 패러디 포스터들이 난무하고 ‘꼭 내야하나?’ 하는 불만의 글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불만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전해주고 싶다.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하는 쓸데없는 투자보다는 자신의 노후를 위한
투자를 하라고. 이 글을 쓰며 많은 인터넷 의견과 자료, 광고도 찾아보고 수기도 보면서 낯설기만 했던 국민연금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또 꼭
필요한 제도임을 느끼게 되었다. 더 이상의 불만과 논란이 없는 좋은 제도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내가 성인이 되어 국민연금을
낼 시기가 오면 과연 보험료를 아무 불만 없이 꼬박꼬박 낼 수 있을지는 나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불만이 약간 있더라도, 가끔
보험료 납부를 빼먹더라도 국민연금을 배제하지 않고 느긋한 노년기를 보내야 한다는 것. 마라톤의 결승점을 통과한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벅차고 기쁜 마음을 그대로 얼굴에 담아내고 있다. 기쁨과 목표를 달성했다는 뿌듯한 기분을 한 아름 안고 결승선을 통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목에
메달이 걸릴 때, 얼마나 뿌듯하고 큰 성취감을 얻는지. 물론 그 메달은 ‘자신’과 ‘국민연금’이 공동 협찬한 메달이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