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7회 고등부 우수상)잃어버린 웃음을 찾기까지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6
조회수
2831
내용
 

덕수정보산업고등학교 김 규 리

지금도 분명 저 하늘 높은 곳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계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뜻 깊은 마음에 몇 글자 적어 본다.
절대 ‘나’란 아이가 세상 물정에는 정말 까마득한, 그저 하루하루 받아쓰는 용돈에만 급급했던 내가 국민연금이라니! 누구보다 국민연금에 대해서 이렇게 고마워하고 감사할 줄은 상상도 못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으로부터 과히 10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면, 한 집안의 울타리셨던 어머니. 병원의 간호과장으로 누구보다 우리 네 가족을 위해 바쁜 몸을 챙겨가며 집안 살림에도 절대 소홀하지 않았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께서 아침 출근길 교통사고로 이 세상을 떠나셨다. 그 후 그저 말없이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 주셨던 아버지, 한창 때 아닌 사춘기를 보냈던 의젓한 오빠, 그리고 철없는 막내였던 나. 이렇게 세 가족만이 쓸쓸히 남게 되었다.
이제 어머니라는 자리엔 어느 새 빈 허수함만이 가득 차고 나는 그 한없는 빈자리를 아빠와 오빠에게 의지하며 지냈으나 역시나 어린 나에게는 어머니라는 빈 자리가 한없이 크게만 느껴졌다. 아무도 그 자리를 대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상처를 안은 듯 얼굴의 웃음빛도 점차 잃어 갔다.
그 뒤로 가족들은 쳇바퀴 굴리듯 하루하루를 넘기면서 슬피 장례를 치르고, 그렇게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어머니의 흔적들을 아버지께서도 하나하나 묵묵히 지워 나가셨다.
옛날에는 키도 작아서 그저 어깨 너머로 바라보았던 그 큰 아버지의 키도 이제는 내가 훌쩍 뛰어 넘어 버렸고 당차고 떡하니 벌어졌던 그 어깨도 이제는 어느새 한없이 작아져 버린 아버지…
그 어깨가 그저 무겁게만 보였다. 마지막 정리에 태우고 남은 어머니의 마지막 짐 정리를 하면서 남아 있던 모든 짐을 꾸리고, 답답한 가슴에 담배만을 의지하시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나에게 선물이라며 통장 하나를 손에 쥐어 주셨다. 그것이 바로 나에게 있어 단 하나뿐인 기회의 통장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바로 나에게 기회의 통장이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엄마 없다고 기죽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라던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며 나는 눈물을 머금고 통장을 열어 보았다. 통장 속에는 규리라는 내 이름과 함께 이 막내딸 생일을 챙기시려는 듯 보이는 밑줄로 가득한 흔적.
매월 각종 공과금 등을 납부했는지 어디론가 빠져나가 버린 숫자밖에는 눈에 안 들어왔다. 그러나 그렇게 어디론가 빠져나갔던 숫자가 나에겐 더 큰 힘이 되어서 다시 돌아왔다. 마치 어머니가 곁에 없이도 내 생각을 매달 하면서 씀씀이 하나하나를 챙겨 주시는 것처럼.
졸지에 끔찍했던 그 날 이후로 난 웃음을 잃게 되었지만 다시 웃음을 되찾기까지 내 곁에는 항상 유족연금이 있어 주었다. 덕분에 유족연금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게 되었고, 지금 내 나이 만 19세가 된 이후로 지급이 끊기게 되었지만 내가 자라왔던 소중한 몇 년 동안은 정말 든든하고 힘이 되었던 나의 작은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이런 걸 받아야 되는 것인가? 받아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과 잡념에 사로잡혀 미안한 마음도 가진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남겨 주신 소중하고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유산이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유족연금이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사람 또는 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하면 유족 배우자, 자녀, 부모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이 지급되는데 이렇듯 한시가 바쁜 세상에 나의 등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에는 기쁨이 가득 넘쳐 났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던 내가 예전에 아무렇게나 생각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도 국민연금에 대해 무관심할지도 모른다.
그런 국민연금은 다 필요 없다는 등,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둥등. 하지만 우리는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언제 무슨 일이 터질 지도 모르는 험난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무책임해 보이는 그들의 눈에는 ‘만일’에 대비한 아무런 대책도 없는 듯하다.
미국, 일본, 프랑스 , 독일, 스웨덴 등은 물론이고 웬만하면 다 알고 있다. 세계에서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기도 하지만 복지 수준에서도 꽤나 유명한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국민연금이 더 활성화되어 있고, 물론 국민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수준도 그러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데도 불만이 많다. 하루라도 빨리 모두가 국민연금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 던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만약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지켜 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평생 지켜주고 싶다면, 난 우리 곁에 국민연금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해 주고 싶다.
지금도 저 먼 곳에서 하늘 아래의 날 지켜보고 계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제는 내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웃음을 잃은 누군가를 위해 그의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할 때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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