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7회, 장려상)가족같은 국민연금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3

조회수

2295

내용

안녕하세요?
저는 돌아가신 오자 동자 택자 되시는 분의 딸입니다.
지금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고 있어요.
제 위로는, 공익근무를 하는 큰오빠, 그리고 대학을 다니다가 아빠가 돌아가신 뒤 학교를 그만두게 될 수밖에 없었던 둘째 오빠가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몸이 많이 아파 늘 병원에 다니십니다.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저희 가정에게, 국민연금은, 지금 우리가정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국민연금이 어떤 것인지조차도 모르고 지냈었거든요. 그런데 국민연금은 노령, 장애, 사망 등으로 인하여 소득획득 능력이 없는 당사자 및 유족의 생활보장을 위하여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액의 금전을 지급하는 제도라고 하더군요.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머니께서는 10년이란 긴 시간동안 국민연금을 넣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일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린 저와 오빠들도 국민연금에 대해서 너무나 감사하게 느낍니다.
늘 엄마는 말씀 하시죠, 영주에 계시는 국민연금 담당자 되시는 분은 참 좋으신 분이라고..
고마우신 분이라고, 아무 보답도 하시지 못했다고 늘 혼자 중얼거리시면서 국민연금이 들어오는 통장을 들여다보시곤 하시지요.
저도 국민연금에 대한 감사한 마음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저희 고모들께서 여섯 분이나 계시지만 저희들이 혹시나 기대게 될까봐 전화조차 하시지 않으시는데 국민연금은 한달 한달 거르지 않고 저희 가족의 통장을 찾아 왔습니다. 그런 국민연금은 우리 친척들보다도 더 좋은 가족입니다. 국민공단 여러분께 그 무엇으로 보답하겠습니까. 아직도 철없는 제가 무엇을 알겠냐마는 그 고마우신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 합니다.


이 글은 초등학교 5학년인 제 딸애가 쓴 국민연금 수기랍니다.
어디서 국민연금 수급자 생활수기를 공모한다는 얘기를 들었는지,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막내가 나를 부르더니, “엄마 우리도 국민연금 받고 있잖아?” 하고 물어왔습니다.
“그래 아빠 살아계실 땐 장애연금을 받았고, 돌아가신 후론 유족연금이라고 받고 있지, 그런데 왜?”하고 되물었더니 면사무소에 국민연금 수급자 생활수기 포스터가 붙어 있는 걸 보았다고 했습니다.
대답을 듣고 나서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딸애는, “우리도 써서 보내봐요, 음, 아님 내가 한번 써볼까”하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국민연금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걸 쓰니?” 하고 대견스럽긴 했지만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더니 아이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제방으로 가더니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으로 국민연금을 찾아보았습니다. 다른 날 같으면 숙제를 하고 나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다가 잠들었을 아이가, 그 날은 오랫동안 인터넷을 검색하고 뭘 쓰고 하더니, 다음날 아침 나에게 자기가 쓴 생활수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는 그 글을 보여주고 나서 부리나케 학교로 뛰어나갔지만, 나는 몇 번이고 그 글을 보며 눈시울을 적셔야 했습니다. 한스런 남편의 죽음도 자꾸 생각이 났고, 어느새 부쩍 커버린 아이의 마음씀씀이에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아빠가 일년이나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후, 나는 나대로 상심과 뒷처리에 바빠 아이를 제대로 살펴주지도 못했는데, 아이는 그렇게 착하고 강하게 커가고 있었습니다.

많지 않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늘 성실했던 남편은 농한기에 아이들 학비라도 벌어야겠다며, 마침 아는 이가 연결해준 직장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전기공사를 하는 업체였습니다. 별다른 기술은 없지만 농민의 자산인 튼튼한 몸 하나로 충분하다며 추운 날씨에도 웃으며 씩씩하게 출근을 하였던 아이 아빠는, 그러나 불과 이틀만에 다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전선을 잇는 공사에 나갔다가 사다리를 오르던 중에 그만 떨어져 버렸던 것입니다.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심을 박아 뼈를 고정시키는 수술을 하였지만, 허리를 굽히지도 못하고 무엇을 들지도, 걷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장애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더 힘이 들어 했습니다. 많지 않은 농토를 노력으로 극복해보자고, 남의 땅까지 임차하여 농사를 짓다가, 젊은 몸 자산으로 삼아 제대로 한번 해보자며 농협 대출을 내어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까지 비싼 농기계를 샀던 그 이듬해의 일이었으니, 그 좌절감은 얼마나 컸겠습니까. 대출금의 상환기일은 닥쳐오고 이제 아무런 노동도 할 수 없게 된 몸은 마음까지 황폐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입에 대지 않던 술을 몸이 쑤시고 마음이 괴로울 때면 간간이 마시기 시작한 것도 그 당시입니다.
비싸게 사서 별로 써보지도 못하고 방치되었던 농기계는 반값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되팔아야 했습니다. 육우를 하기 위해 키우던 소 다섯 마리도 급히 팔았습니다. 그러나 살림살이는 점차로 줄어가는데도 빚은 도무지 줄어들 기색도 없었습니다.
이틀이긴 하지만 그래도 작업 중 일어난 사고라고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장해급여는 지급되었지만, 그것도 치료비와 빚 변제를 위해 일부를 일시불로 당겨 써야했습니다. 도무지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억지로라도 힘을 내보려고 했지만 저마저도 조금씩 지쳐 무너지고 있었나봅니다. 나중에 진단을 받아 확인하게 되었지만 신경쇠약증세가 있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장기에 건종이라고 하는, 드물다는 종양까지 생겨났습니다. 남편과 저는 같이 병원에 다녀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날씨까지 무덥던 지난 8월의 그 여름, 지을 사람이 없어 임대를 한 농지마저 채무로 압류당한 그 여름에, 결국 남편은 생목숨을 끊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갔습니다. 아무도 없었던 빈 방에서, 남편은 제초제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 갔고, 우리는 힘든 세상에 남겨졌습니다. 꼭 필요한 가장 대신에 슬픔과 아픔과 빚들 가운데.

남편이 가고 난 지 이 십여일 후에 국민연금 장애연금이 결정되었다는 통지가 왔습니다. 신청을 하고 심사를 받은 것도 잊고 있었는데, 장애3급으로 결정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통지가 오고 나서 다음 달 말일에 청구한 때까지 지급되지 않은 연금액이 일시불로 입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저는 또 유족연금을 신청하러 가야 했었습니다.
연금이 나오자 설움이 밀려왔습니다. 남편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장애연금 나온 걸 진작에 봤으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았을 텐데,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 걸 그렇게 비관하지는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를텐데......

큰 아이는 공익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다니던 대학교를 1년도 채 못 채우고 휴학을 한 후 지금은 학비를 벌어보겠다고 막노동이며 가게 배달일을 하고 있습니다.
병약해진 나까지 포함해서 아무도 이렇다 할 소득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정말로 어렵기만한 때, 연금은 참 고맙습니다. 잘 사는 이들이 볼 때는 많지 않은 돈이라고 하겠지만, 우리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압류되긴 했지만 경매될 때까지는 우리 소유이고, 기초생활보장대상자도 지정되지 않는 지금의 형편에, 매달 어김없이 나오는 국민연금으로 우리는 공과금과 막내아이 급식비도 납부합니다. 정말이지 그마저 없다면 슬픔 위에 좌절감까지 덧붙여져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성실하게 살았다고, 빠짐없이 국민연금 참 잘 냈다고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농민이 다 그렇듯이 농촌에서는 늘상 현금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밀리지 않도록 애를 썼기 때문에 지금의 연금도 있는 것이겠지요. 늙기 전에야 설마 타게 될까 했었는데 사람의 일이란 정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준비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한다는 사실도 가슴 깊이 새겨둡니다.
아이가 쓴 글처럼 국민연금이 요즘은 친구며 친척,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다는 걸 느끼며, 아이들한테도 곧잘 이런 얘기를 합니다. 너희들은 욕심을 내기보다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국민연금의 취지도 아마 이런 것이겠지요.
국민연금과 또 늘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성실한 모습 보여주신 공단 직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