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제7회, 장려상)천덕꾸러기에서 월급쟁이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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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부서
- 홍보실
- 등록일
- 2007/04/13
- 조회수
- 222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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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나이에 이런 글도 처음이고 멋쩍지만 있는 그대로 떠오르는 대로 작성해본다.
10여 년 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인하여 남편이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캄캄한 밤 도로에서 길을 건너다
음주운전 여성의 차에 치여 한 달도 못 버틴 채 자식 세 명만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또한 앞이 보이질 않았다. 살아야 할 희망마저 잃어버리고 만것이다.
그 후 아들 녀석은 점점 더
비뚤어져 갔고, 딸들 또한 어깨가 무거워질 그 무렵 그냥 주저앉아 있기에는 자식새끼들이 너무 가여웠다. 그렇게 마냥 지낼 수는 없어 이것저것 안
해본일이 없었다. 남편의 자리가 그렇게 클 줄이야…….
국민연금 같은 건 그때까지도 잘 알지도 못했었는데 딸아이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몇 번을 망설인 끝에서야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왔었다. 아빠가 살아생전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건데, 유족연금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니 한번
알아보자고 권유하였다.
썩 내키지 않았다. 왜냐면 남편 죽음을 앞세워 나선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움에 오랫동안 망설여졌다.
미지근한
나의 반응에 딸아이 혼자서 알아보았으나 교통사고라서 합의서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고당시 가해자의 사정상 오랫동안 판결이 나질 않아 그만 포기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국민연금과 우리가족은 인연이 없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었다.
사고이후 우리가족들은 먹고살려고 발버둥을 치던 때라
정신없이 몇 년을 또 흘러 보냈다.
게다가 운영하던 식당도 IMF 위기를 맞아 쫄딱 망해버리고 큰 빚만 남게 되었다. 계속되는 생활악화로
식당주방보조, 현장근로 등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하루를 버텨야만 했다. 빚을 막기 위해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버리고, 누구하나 도와주는 이
한명 없었다.
단지 자식들과 내 몸뚱이만이 재산이었으나, 이제는 그런 일도 하지 못할 만큼 쇠약해져 생계비도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근근이
꾸려나가지만 몸이 아프다고 마음대로 병원 갈 처지가 못 되어 집안에서만 활동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가 회사의 국민연금업무를
보러갔다가 우연히 상담원과 95년도에 일어났던 일들과 유족연금에 대해 문의하였더니, 국민연금직원께서 100% 장담은 못하지만 가능할 것 같다며,
아빠가 사망당시 국민연금 가입자였으므로 유족연금에 해당될 수도 있으니,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오라고 했다고 팔딱팔딱 뛰면서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그이야기를 전달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든든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측은해보이기도 했다. 아주 오래된 일이라 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니…….더 솔직히 얘기하면 내심 잘되었음 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때부터 딸아이랑 첨부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래전일이라
서류발급하기가 힘들었지만 희망을 갖고 아이들에게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으려고 빌고 또 빌었다.
아이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 만큼 살고
싶었다. 하루하루 밥 먹는 것조차 미안스럽고 일도 하지 못하는 이 몸으로 살아 있다는 게 원망스러웠다. 기도를 드렸다. 하늘에 계신 남편에게
혼자 중얼거리며 기도했다. 남은 우리가족들에게 자그마한 희망을 달라고…….
나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서류를 제출하고 보름정도
지나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울산지점 유족연금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유족연금수급자로 선정되었다고!!!!!!!!!!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올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순간 얼마나 기쁜지 5년간 받지 못했던 일시금과 매달 일정액을 연금으로 지급받게 되었다는 통보에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이제 아이들에게 짐을 덜어준 것 같아서 하늘을 날것만 같았다.
그날의 그 기쁨은 우리 가족모두의 잔칫날이 되어버렸다.
기쁨과 눈물과 애환이 뒤범벅되었다.
정말 천덕꾸러기에서 월급쟁이로 변신하던 첫날이었다. 매월 유족연금이 꼬박꼬박 통장으로 입금되니
월급이나 마찬가지다.
난 애들 앞에서도 요즘 농담으로 얘기한다. 나도 엄연한 월급쟁이라고........
수급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런
느낌을 못 느낄 수 있겠으나. 적어도 나에겐 벼랑 끝에서 누군가가 손을 뻗쳐 다가온 것이 바로 유족연금이었다. 사람이 간사한건 분명하다 .
나또한 그랬으니깐. 국민연금 낼 때는 아깝기도 하고 내기도 벅차고 그랬었는데. 막상 유족연금을 수급해보니 그때서야 국민연금 가입이 왜
필요했는지…….소중함을 더더욱 느꼈으니 말이다.
우리주위에는 항상 불의의사고가 언제 발생할지 모를 리만큼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아직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일부 사람들에게 꼭 전해드리고 싶다. 지금 당장은 국민연금보험료가 높다고 회피만 하지 말고 나한 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아까울 게 없지 않은가!!!
평생 월급쟁이로 새 삶을 찾게 해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항상 마음속 깊은 곳에 가입자여러분께도 고마움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 급여 수급권 소멸시효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자(수급권자)가 권리발생일로부터 5년 안에 해당연금의 지급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받을 수 없지만, 연금수급권 자체는 소멸시효를 적용하지않고 매월 지급되는 연금액에 대해서만 소멸시효를 적용. 즉 연금청구일로부터 5년 이전의
연금액에 대해서만 소멸시효를 인정하고, 5년 이내의 연금액은 소급하여 지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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