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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송정초등학교 5학년 6반 민새한
나는 일요일이면 아버지와 함께 산에 간다. 덕분에 산에
오는 사람들도 많이 알고 표정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그런데 작년에는 끔찍한 일이 있었다.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산아래
저수지에 빠져 죽은 것이다. 그 할머니께서는 며칠 전부터 힘없이 저수지에 앉아 계셨다. 축 쳐진 어깨가 주름살에 덮인 눈꺼풀만큼이나 무거워
보였던 것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그 할머니를 저수지에서 꺼내고 119에 신고를 하셨다. 아버지는 그 일로 구청소식지에서 연락이 왔지만 얼굴을
내려고 한 일이 아니라며 오히려 우울해 하셨다. 그 할머니는 생활고 때문에 물에 뛰어든 것이었다. 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마음도
무거웠다. 시골에 계시는 외할머니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서는 두 분만 시골에 살고 계신다. 다행히
외할아버지께서는 건강하시지만 외할머니께서는 그렇지 않으신 것 같다. 매일 무슨 약을 드시고 자주 영양제 주사를 맞으신다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께서 걱정하시는걸 들은 적이 있다 “돈도 모자랄텐데....” 어머니께서는 한숨까지 쉬셨다. “우리가 보태드리면
되잖아요?” 내가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하긴 돈보다는 외할머니 건강이 더 문제지. 다행히 외할머니께서는 작지만 매달 국민연금을 받고
계셔서 그나마 보탬이 된단다” 외할머니께서는 95년부터 생활비를 아껴서 5천원씩인가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내셨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매달
받는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난 국민연금이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그때 할머니의 죽음을 본 뒤 알게 되었다.
난 마침
퇴근하시는 아버지를 붙잡고 국민연금에 대해 아버지께 여쭈어 보았다 “국민연금은 나이가 들어 일을 할 수 없거나 불의의 사고로 다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받거나 할 때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란다” 저수지에 빠져죽은 할머니는 너무 불쌍했다. 우리 외할머니처럼 돈을 조금씩
아껴서 국민연금을 내셨더라면 그렇게 죽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엄마도 국민연금에 가입했어요?” 나는 문득 어머니의
노후가 걱정되어서 여쭈었다. “엄마는 수입이 없으니까 가입을 안했지만 아빠가 가입을 하셨어.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거든”
아버지의 월급에서 매달 국민연금이 빠져나간다고 하신다. 그걸 나중에 더 많이 돌려 받는다니 기뻤다. 나는 그때까지
무관심했던 것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좀 미안했다. 어머니는 외할머니께 가끔 용돈이나 선물을 드리지만 매달 많은 생활비는 보태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국민연금 덕분이다.
다른 집은 자식들이 매달 생활비를 보태야만 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께서는
젊었을 때부터 노후를 위해 준비하셔서 지금은 힘든 일 없이 살아가신다는 것이다. 처음 시행된 제도를 따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나는 외할머니
내외분께서 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은 미래를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하신다. 어머니는 특히 더 우리에게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을 이야기해주신다. 외할머니 덕분인 것 같다. 미래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구나, 생각하니 내 마음이 급해졌다.
아버지는 건설업을 하신다. 국민연금은 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만 가입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처럼 규모가 작은 회사에 다니는 분들도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부모님께서 늙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우리 부모님의 나에게 기대지 않고 국민연금과 함께 살 생각을 하시는 듯한 말씀에 서운한 마음은 들었지만 한편은 든든하였다.
미래에 우리 부모님이 편안하고 힘들지 않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행복해졌다. 이런 행복한 마음 사이로 저수지에 빠져죽은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외할머니처럼 미리 노후를 준비하셨다면 그렇게 죽지는 않았을 것인데 참 안타까웠다. 부모님은 자식의 거울이라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외할머니처럼 준비해 두신 부모님의 미래가 믿음직스럽다.
어떤 경우에라도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줄 국민연금.
이 고마운 새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가족의 미래는 분명 행복이 보장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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