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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진위중학교 1학년 김아미
풀벌레 연주와 개구리 합창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고 산으로 들로
친구들과 뛰놀던 초등학교 시절이 꿈같이 지나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면 소재지로, 공기 좋고 물 맑은 작은 시골 동네입니다. 저는
지금 중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틈만 나면 찾아가던 무봉산도 잊은 지 여러 달. 그렇지만 그 솔 향기는 여름날 뙤약볕을 헤치고 한
줄기 바람 속에 묻어와 제 코끝을 맴돕니다. 중학생이 되었다고 해도 사는 곳도 같고 학교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인데 초등학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이 바빠졌습니다.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할 일이 많고 책임과 의무가 많아진다는 말일까요? 봄에 씨앗을 뿌려야
가을에 수확을 거두듯 젊은 시절에 노년기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어찌 될까요? 얼마 전 담임 선생님께서 국민연금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글로
표현을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국민연금이라는 말이 낯설고 생소했습니다. 저는 입속으로 되뇌어보며 마음속으로 낱말 뜻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음, 國民年金? 나라 국, 백성 민, 해 년, 쇠 금(돈 금). 그 나라 안에 사는 모든 국민이 해마다 받는 돈? 국민이
누구한테 돈을 받는다는 것일까?” 저는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다가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어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많은 홍보자료가 있었습니다. 내용이 많고 복잡한 것 같았지만 자세히 한 줄, 한 줄 읽어보니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신문과 뉴스에서 국민연금 운운했던 기억이 나는 듯도 합니다. 그때는 국민연금이라는 것은 제가 신경 쓸
일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인데 간단히 요약을 해 보자면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평소에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면 나이가 들어 소득 능력을 상실하였을 때, 본인과 그 유족에게 매달 연금을 지급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회보험 제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세계적으로는 19세기 말 독일에서 먼저 시행하여
2차 세계대전이후 160여 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전 국민의 노후 보장을 약속하며 출발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
직장인, 1995년 농어민, 1999년 도시 자영업자로 연금을 확대하면서 ‘전국민연금시대’를 열었다고 합니다. 제가 국민연금에 대해
알아보게 되면서 저는 또 한 가지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어머니께 국민연금에 대해 여쭈어 보았을 때였습니다. “응?
국민연금? 아, 잠깐만 기다려봐” 그러시고는 어머니께선 중요한 서류를 두시는 곳에서 우편물 비슷한 종이 몇 장을 들고 나오셨습니다.
“이게 뭐예요?” “응, 이건 국민연금 가입내역 안내서야.” “국민연금 가입내역 안내서?” “이것을 잘 살펴보렴.
우리집은 이미 국민연금에 가입한지 여러 해 됐지.” 저는 국민연금 가입내역 안내서를 펼쳐 보았습니다. 국민연금 최초가입일이
1988.01.01이므로 우리집은 직장인 가입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국민연금에 대한 문의 전화번호가 국번 없이 1355번이라고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호기심에 1355번을 눌러보았더니 연금 가입 안내와 가입대상, 제도 안내가 친절하게 흘러나왔습니다. 특히 국민의
생활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장기적인 소득보장제도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관장하고 국민연금 관리공단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어렸을 때의 일이 기억납니다. 저에게는 예쁜 외사촌 언니가 있는데 하루는 외사촌 언니가 오랜만에 저희
집에 놀러 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던 우리 가족은 이런 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유, 고모. 전 어차피
혼자 살 건데 뭐하러 국민연금에 가입해요? 요즘 수입은 적고 돈 쓸 일은 얼마나 많은데요. 전 그렇게 돈 버리는 짓 하기 싫어요. 게다가 늙어서
돈이 얼마나 필요하겠어요. 또 나중에 정부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다 바닥났다고 안 주면 어떡해요? 믿을 수 없어요. 불안하단
말이에요.” “어머, 얘! 젊을 때는 매사에 자신만만하니까 그런 소리를 하지만 늙고 병들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가 없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젊었을 때 노후대책을 세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니? 그럴 때 노후대책의 방법으로 국민연금이야말로 국가에서
운영하니까 믿을 수 있지.” 저의 외사촌 언니는 20대 후반인데도 국민연금에 아직 가입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때는 제가 국민연금이라는
말 자체도 몰랐을 때입니다. 그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 즉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저의 외사촌 언니에게 국민연금에 대해 확실하게 설명해줄 자신이 있습니다. 외사촌 언니가 다시 한 번 저희 집을 방문하였을 때는
국민연금의 필요성과 노후대책을 잘 설명해주어서 외사촌언니가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저는 그 언니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늙어서 불행해 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민연금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외사촌 언니는 예쁘고
똑똑해서 마음속으로 늘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이 한가지만은 언니보다도 어린 제가 확실히 알고 있으니 이제는 언니가 저를 부러워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제가 지금 열네 살이니 앞으로 4~5년 후면 저에게도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이 주어지겠지요. 이제 국민연금은 어른들만 알아야
되는 제도가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할 것 없이 적어도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잘 알아서 안전한 노후 대책을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노년기는 찾아옵니다. 우리에게는 불행한 일이 하루아침에 아무도 모르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날엔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다음날에 사망을 한다든지 이런 일들은 실제로 저희 동네에서 몇 번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한 가지 사례로, 한 동네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시던 인정 많고 마음씨 좋은 아저씨께서 이웃집 문상을 다녀오신 후 피곤함이 근거가 되어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시다가 쓰러지셨습니다. 그 후로
아저씨께선 식물인간이 되어 목구멍으로 호스를 끼우신 채 병원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계십니다. 누구도 원치 않는데 이런
불행이 먼 곳의 일이 아니라 내 주위에, 내 가까이, 아니 내 자신에게도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렇듯 사고나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입니다. 국민연금의 종류에는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등이 있는데 만약 그 아저씨께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셨더라면 온
가족이 겪는 고통을 훨씬 덜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은 끊임없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과학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들의 평균수명은
늘어납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노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출산율의 감소, 핵가족화에 영향을 받아 젊은 층의 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옛날 사진을 보면 어머니, 아버지의 형제, 자매의 수가 많게는 10명이 넘는데, 그에 반해 저는 오빠가
한명, 쌍둥이 언니가 한명 뿐입니다. 요즘에는 자식이 3명도 많은 편입니다. 자식을 낳지 않는 부모도 많은 요즘이니까요. 노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점점 사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그러면 자연히 여유가 생깁니다. 이제 노년기는 더 이상 죽을 날만 기다리는 가치 없는 인생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펼치는 소중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개인의 안전과 노후를 위해 개인 적금이나 저축, 보험 등으로 개인적인 것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더불어 잘 살아야하는 사회 구조 속에 있습니다. 제가 불행한데 저의 가족이 행복할 수 없고, 이웃이
슬픈데 저의 가족만 즐거울 수는 없습니다. 국민연금이라는 것은 개인의 저축을 떠난 세대간의 부양제도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국민연금이란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젊은이가 노인을 돕는 직접적인 제도가 아닐까요. 우리도 이제는 서로 도우며 누구나 평등하게 살 권리를
찾는 일에 힘을 모아야 됩니다. 우리나라에 연금이 도입된 지 올해로 17년, 누구는 찬성하고 누구는 반대하는 등 설왕설래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연금수령자가 어느 사이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하니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연금제도에 대해서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리라고 봅니다.
국민연금을 정착 시켜 잘된 점은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보완할 점은 보완하여 전 국민이 함께 잘 사는 진정한 복지국가가 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는 확고한 신념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모든
국민들에게 반드시 그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방학을 맞이하여 제일 먼저 찾아간 무봉산 산책로. 변함없는 솔 향기는 오늘도 여전히 우리를
반깁니다.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푸르른 소나무처럼 국민연금나무도 우리 인생의 꿋꿋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