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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것도 같기도 하고, 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한 날은 기상청의 예보가 어떻든 사람들은 우선
우산을 준비한다. 우산을 챙겨서 나가면 비가 와도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유비무환의 자세다. 하지만 우산을 챙기지 않은
사람은 비가 안오면 다행이지만 비가 오면 피할 도리가 없다. 이처럼 우리의 미래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같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살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이기에 사람들은 우산을 준비하듯 앞날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노후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서 비오는 날 우산과 같은 기능을 해주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인
국민연금이다. 이것으로 우리는 노후에 예측할 수 없이 쏟아지는 불의의 소나기를 막을 수 있다.
의료보험과 더불어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든든한 우산이 되어줄 수 있는 제도가 바로 다름 아닌 국민연금제도이다. 물론 국민연금 외에도 보험이라던가 공무원연금 등의 여타 제도가
있지만, 그것은 가입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 어느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일정한
자격이나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서민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노후를 맞이하게 되고, 결국 불우하게 노년을 보낼 수 밖에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한 제도가 바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이다.
전 국민의
복지를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도 명실공히 선진 복지국가를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 독일에서 시작된 국민연금제도는 현재 세계15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국민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구호 아래 1980년대 후반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제도의 특징은 가입자인 국민들이 노령이나 각종 질환 또는 사망
등으로 인해 소득 능력이 상실될 경우, 본인이나 그 유족에게 일정액을 부여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직접 운여하는 장기적인
소득보장제도라는 데 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만,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꾸준한 홍보와 많은 국민들의
참여로 그 기금이 100조원을 돌파하여 이제는 복지선진국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끔 시내에 나가다 보면 대전역
광장에 많은 노인들이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마땅히 할 일도 없고 또 집에 혼자있기에는 너무 심심한 노인들이 거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젊었을 때 각종 산업현장에서 피땀을 흘리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오늘날의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장본인들이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갈 곳조차 없이 대전역 광장을 배회하는 그 분들의 모습을보면,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 수준은 아직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은 의료기술의 눈비신 발달로 인해 노인들의 평균 수명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2030년에
고령인구가 20퍼센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그 때에도 그 많은 노인들을 대전역 광장에서 서성거리게 할 것인가?
게다가 오늘날은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핵가족제도의 정착으로 노인들을 더더욱 갈 곳이 없게 만들었다. 전근대적 사회에서는 부모가 늙으면 자식들이 부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또 사회적, 윤리적 차원에서 그것을 효의 근본으로 삼아 도덕적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요즘처럼 노인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핵가족제도가 정책되면서 개인주의적 사고가 확산되었고, 이는 결국 노인들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로 이어지면서 노인
소외현상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더군다나 갈수록 부양해야할 노인의 수는 늘어나는 반면에 출산율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부양자와
피부양자의 불균형도 큰 문제다.
이는 곧 노인들의 부양 주체가 가족 중심에서 사회 구성원의 공동 책임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제도가 바로 국민연금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제도는 모든 국민들에게 예측할 수 없는 불행의
소나기를 막아주는 널찍한 우산이 되어준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은 우리 사회의 통합에도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는 IMF라는
외한 위기를 겪었다.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팔을 걷어 부치고 노력한 결과, 여러 나라부터 최단 시간에 위기를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았으나,
그 과장에서 우리 국민들간의 소득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되고 말았다. 이를 해소하기위해 정부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시행, 저소득층에 대해 생계, 의료, 교육 등 기초 생활을 국가에서 보장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의 생활보장제도인 국민연금제도의 계층간의 위화감 해소와 사회 통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다'는
말처럼 아무리 훌륭한 국민연금제도라 할지라도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요즘 들어 연금재정에 대한 불안과 미래 세대의 부담 가중,
그리고 가입자 집단간의 형평성 문제, 과도한 규정에 의한 소외집단 발생 등,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발의 여지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행한지 15년밖에 되지 않은 이 제도를 놓고 극단적인 평갈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오래 전부터 국민연금을 시행해 온 복지선진국들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으며, 현재에도 우리와 비슷한 문제로 인해
지속적인 제도 보완을 하고 있는 설정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 제도가 국가경제 및 국민생활에서 갖는 비중이 확대되었고, 국가 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마련하리라고 믿는다
더불어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으려면 연금 기금의
운용을 투명하게 그리고 민주적으로 해야 한다. 어찌 보면 지난 15년간 우리는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해 온 것이 아니라, 준비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옛말에 한번 실수는 병가상사라고 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모든 국민들에게 국민연금에 관한 제반 규정이나 운용실태를 투명하게 보여준다면,
국민들도 연금관리공단을 믿고 적극적인 참여를
할 것으로 믿는다. 국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정책이나 제도는 일회적인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오늘날 우리 정부를 국민참여정부라고
부르지 않는가. 따라서 멀지 않은 장래에 모든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국민연금의 알찬 결실으 거둘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이 있다. 모든 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라는 말이다. 튼튼해서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돌다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 바로 그 예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미리 대비를 해놓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그 때 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하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 모두를 지혜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이 국민연금이다. 이제 지혜로운 우리 국민의 미래는 국민연금의 성패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이 국민연금이 우리의 삶에
예측할 수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막아 줄 수 있는 튼튼한 우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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