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3회 장려상)사랑스런 나의 삶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7/04/12

조회수

2195

내용

제3회 장려상
사랑스런 나의 삶

한상미 /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장해연금 수급자

미스 한!
나는 국민연금 가입 안하게 해줘. 그거 월급은 쥐꼬리만한데 의료보험에 세금, 거기다 연금까지 왜 그렇게 많이 떼는 거야. 나는 빼줘!
하고 오늘도 현장에서 일하시는 한 분이 제게 항의조로 어김없이 듣게된다. 그러면 나는 나의 병력을 아시는 직원분들께 부끄럽지만 나의 이야기를 한다.

3년전!
회사에서 경리일을 맡아서 했지만 큰 회사가 아닌 작은 회사의 경리라는 직분은 장부정리 외에도 거래처관리, 제품의 입출고, 직원출퇴근체크, 전화교환원, 영업부 PC 지원, 사장님 비서, 손님 차대접까지 일인 몇역을 하는 위치라 힘이 들었다.
그래서 긴장했지만 가끔씩 아팠던 편두통이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라고 안이한 자가진단으로 몇해를 소홀이 지냈고, 늘 바쁘고 짬이 나지 않는 나의 위치가 내 적성에 꼭 맞는다고 생각하며 직장생활을 하던 어느날 처음엔 별거 아니려니 했던 증상들 이 나의 몸에 이상신호를 보였다.

머리만 아프던 것이 눈까지 침침하고 눈물이 계속 흘러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내야만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집과 가까운 내과병원, 그곳에서 한달가량 치료를 받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큰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씀에 찾아간 곳 은 신촌세브란스 병원이었다. 종합병원에 입원수속을 했지만 나의 마음은 그냥 장난 같았고 난생 처음 병원에 입원이라는 것을 하면서도 반은 장난이었다.
회사에다 10일 병가를 냈고 그 동안 쉬지 못해 밀렸던 잠이나 맘껏 자야겠다는 반신반의한 생각으로 입원하여 일주일동안 계속 검사만 하였고 검사기간 동안도 한자가 아닐 것 같은 생각에 곧 퇴원을 기다렸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만성신부전 이었다.
입술이 파랗고 심한 일을 못하고 숨이 차서 뛰지 못하는 병은 심장병이고, 소설속 주인공이 자주 걸리는 병은 백혈병이나 암인 데, 내가 앓고 있는 만성신부전이란 병은 과연 무엇인가?
인체의 신장은 2개이며 그 중 한 개만 그 기능을 하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고 크기는 자기 주먹만 하여 옆구리 갈비뼈 속에 묻혀 있는 장기이다. 신장은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기능과 심장과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해주는 조절기능 갖 고 있는데 우리몸을 유지하는데 곡 필요한 것이다.
이 기능이 10% 정도 남아 있을 때 만성신부전이라 한다.
목숨을 연명하려면 일주일이 3회 4시간씩 인공신장기를 이용하여 강제적으로 이 기능을 대신하는 치료를 받아야 하며 그것을 투 석, 일명 피거르기라고도 한다. 이런 생소한 단어들이 나를 쥐고 흔들었다. 그리고 나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이병은 완 쾌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식이요법을 해도, 약을 아주 잘 먹어도 조직이 잘맞는 장기이식으로도 완쾌를 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이런 결과를 수용할 수 없었다.
나는 너무도 건강했고 감기 한번 앓아 보지 않았고 병원도 한번 가보지 않았는데 내가 왜 그런 무서운 병이 들어야 하는지 의심 스러웠다.
오진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듬과 동시에 병원 퇴원수속을 해줄 것을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그곳의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절대 로 한약으로 병을 고칠 생각을 하지 말 것과 위급하면 응급실로 오라는 당부를 받고 퇴원하였다.

그리고 한달,
이제 나의 증상은 앉아도 누워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몸은 부어서 걷기조차 힘들고 머리를 들고 있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래 서 다시 신장전문병원이라는 한남동 소재 순천향병원 응급실로 입원하였고 다시 일주일간의 검사 결과 똑같은 만성신부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제는 오진이라고 하기가 힘들었다.
빨리 투석을 시작해야 했다. 생명까지 위험하므로 어쩔 수 없었다.
첫번째 투석을 하는 날 투석기 앞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혈압이 너무 높아 눈안에 모세혈관이 모두 터져서 눈도 잘 보이지 않았다.

원망스러웠다. 왜 하필이면 나일까?
남을 위해 살기를 원했고 착하게 살기를 늘 기도했고 노력했는데, 하물며 나는 아직 그 흔한 결혼도 안하고 이제 겨우 스물일곱 살인데 하며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며칠 후 눈물을 닦았다. 엄마 아빠의 눈에 눈물도 내가 닦아드렸다. 형제 누구와도 형액 형이 맞지 않아 이식은 진작 포기해야 하고 투석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름대로 잘 적응하였고 이길 수 있는 어려움만 주시는 주 님을 의지하며 한해를 넘겼다.

건강할 때 나는 국민연금담당자로 공단에서 교육받고 직원들에게 홍보도 했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같은 경우 연금혜택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도 못했다.
가중되는 투석비와 주사비에 지쳐갈때쯤 얼마간의 연금이라도 일시불로 받기 위하여 전화로 문의했고 영등포 국민연금관리공단 의 직원과 통화하게 되면서 장해연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가입되었기 때문에 임금대장에서 급료의 2%씩 떼어져 이 다음에 시집가면 남편 모르는 비자금 이 생긴다며 친구들끼리 농담을 하는 정도였을 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없이 있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인해 절망하였던 내게 3개월에 한번씩 꼬박꼬박 내 통장으로 입금되는 국민연금이 내게는 너무 귀중하다.
아무에게나 평생 도움 받는다는 일은 생각만 해도 너무 비참한데 생각못했던 연금이 정말 소중한 사랑의 힘이 되어 오늘도 나를 기쁘게 한다.
나는 다시 취업을 했다. 일주일에 투석하는 날 세차례 늦게 출근하는 것을 인정해 주신 사장님 덕택이다. 사장님을 포함해 직 원이 7명인 우리 회사도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생활에 쫓기다 보면 자기를 위하여는 그 흔한 보험하나 들기 벅찬게 우리네 삶이다. 국민연금이 노후는 물론 나처럼 갑작스럽 게 건강을 잃는 경우엔 너무도 큰 힘이 되어 준다는 것을 안당해 보신 분은 모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얼굴 벌겋게 상기 되어 나에게 찾아와 연금 빼달라고 하시는 직원분께 침까지 튀겨가며 이야기한다.

00씨 보험 가입했어요?
벌어놓은 돈 많아요?
노후대책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