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제6회, 장려상)연금이라….그것 참 필요 하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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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부서
- 홍보실
- 등록일
- 2007/04/13
- 조회수
- 2223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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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장려상
연금이라….그것 참 필요 하겠구만
김 영 미/울산시 북구 연암동
저희 가족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내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이었던 현대자동차㈜ 디젤엔진(캠샤프트) 조장기사 '박용일', 그이는 회사가 자기 아니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모든
생활의 포인터를 회사에 맞추어 두고 살고 있었지요.
바보라고 할 정도의 충실한 사람이었지만, 인정 받고 다니는 그이가 보기
좋았습니다. 아내인 저도 남편을 도와야 겠다는 생각으로 작은 보탬이나 될까 싶어 현대자동차 구내식당의 작은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었지요. 넉넉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쳐다보며 소박한 웃음을 나누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노를 젓는 항해사들이 되었지요.
딸도
변변치 못하지만 엄마 아빠의 좋은 점을 본받고 더 나아가 훌륭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어찌보면 맹목적인 사랑을 쏟아가며 항상 최고가 되어야 한다며
키워 왔다. 예쁜 딸 또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들은 쏙 빼다 박은 듯이 아빠를 닮아 손재주가 많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톡톡히 받는 아이랍니다.
결혼생활 12년은 평온하고 안락한 끝과 새로운 시작으로서의 내일을 여는 과정의
연속이었으며 커다란 풍랑 없이 '순풍에 돛 단 듯이' 작은 희망의 돛단배는 2명의 선원과 2명의 여행객을 태우고 나아가고
있었지요.
순풍에 돛단배, 풍랑을 만나
항해가 그러하듯 결국 풍랑이 닥쳐 왔습니다. 너무나 순항이었기에 지나고 보니
태풍전야의 고요였던가 봅니다. 그날도 아빠는 힘든 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했었지요. 아이들과 따뜻한 저녁을 먹고 친구를 만난다고 나갔어요, 괜스레
말리고 싶었지만 항상 그러했듯이 우리의 행복한 보금자리는 내일도 계속 될 거라 믿고 보내드렸어요. 그리고 어둠이 밀려 왔어요. 나갔던 이는
소식도 없고 이튿날 이른 아침 경찰서라면서 전화가 왔어요.
혹시 '박용일 씨 댁' 아니냐고. 그렇다고 답하고 나니 가슴이 마구
뛰었어요. 다음 말은 기억도 나지 않지요. 황망한 마음에 달려가 보니 그이는 깊게 자고 있었어요. 아주 깊게, 조용히, 우리의 당당한 선장은
아주 멀리 우리 곁을 이렇게 사라져 갔어요. 우리의 행복한 보금자리는 난파당하고 말았어요.
이등항해사인 나로서는 난파된 조각들을
모아 배를 만들어 나아가기에는 너무나 부족 했어요.이 무거운 짐을 뼈저리게 느끼며 짐이 너무 무겁다며 울며 거절하고픈 나날의 연속이었죠.
우리들의 귀한 여행객인 아이들은 오히려 너무나 잘 견디어 주었고 보고픈 마음을 꼭꼭 숨기며 도리어 나를 달래 두었지요.
"아빠는
보고파도 올 수 없으니 참는 것이 좋겠어요." 라며 울음을 삼켜 버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나의 슬픔을 드러낼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지요.
또 짧은 생에 대한 미련을 느끼며 내일을 열어 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답니다.
장례식에는 평소 근면 성실한 자세와
충실성이 몸에 밴 생활을 해 온 남편의 탓이라 생각될 만큼 많은 동료 조문객들이 줄을 이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도
했지요.
연금이 마지막 희망
님을 보낸 얼마 후 나는 동생과 회사의 퇴직 서류와 보험사의 보상관계 일들을 차근차근 챙겨
보았습니다. 그 중에 국민 연금이 있다는 설명을 회사에서 해 주었습니다. 연금이야 남편 월급에서 꼬박꼬박 공제 되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던
차에, 주위 사람들이 여지 저기서 일시불로 받을 수 있을 거라느니 연금으로 받아야 된다느니 등등 많은 얘기들을
해주었습니다.
연금관리공단에 알아보니 연금에 1달 이상 가입 후 사망한 사람의 유족은 평생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3자의 가해로 인한 사망의 경우 일정기간 연금지급이 정지된 후 다시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지요. 그이의 사인(死因)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본인의 과실로 인한 사건으로 종결이 되었지요. 가신 이는 말이 없고 목격자도 없으니
도리가 없었지요.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 새 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딸, 아들 공부시키고 밝게 살게 해주는 것 외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당신과 나의 흔적을 수도 없이 간직하고 잘도 커가는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오. 어디든 일할 수 있는
데가 있다면 일을 나갈 것이고 없다면 당분간 쉬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인생을 돌아보고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지요.
가신 님의 사랑과 보호, 국민연금
지금 제 통장에는 매월 30만원의 연금이 들어오고 있어요. 6학년에
다니는 딸과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의 뒷바라지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에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가신 님의 영원한 사랑과 보호를
한량없이 느끼게 해 줍니다. 예전과 같이 우리의 작은 돛단배를 이끌어 주는 등대입니다.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연금을 넣어두면
늙었을 때 평생 노령연금을 받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유족연금 수급자가 되었다니? 연금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었던 터라
정말 뜻하지 않은 보호를 받게 되어 그이와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감사한 마음에 누구에게나 연금을 얘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도 여느
선진국 못지 않는 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젊었을 때의 조그만 희생이 평생을 두고 나와 우리 가족을
지켜준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부담을 감수할 수 있습니다. 젊음과 행복이 순간의 어떤 사건으로 사라지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고 있습니다.
110층의 거대한 문명이 무너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지켜주는 영원한 사랑이 세상에 또한 존재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 가족에 전해 오고 있습니다.
"연금이라…… 그것 참 필요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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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장려상)당신이 남겨준 고귀한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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