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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키우는 행복은 곧 21세기의 나의 미래 실현
빵 50개를 먹겠는가? 소를
키우겠는가? 어느 한 노인이 미리 먹을 빵을 비축해두기 위해서 시장에 갔다. 빵 50개를 구입하려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데 옆
장터에서 건장하고 빛깔이 좋은 소들을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서글서글하고 눈매도 좋은 것이 일도 잘하고 육질도 좋아 보여서 탐이 났다.
하지만 지금 소를 사버리면 나중에 얼마간은 처자식들과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노인이라면 빵 50개를 먹겠는가? 소를
키우겠는가? 100명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가정하자. 질문의 답은 다르게 나올 것이다. 100이면 100 모두 가치관, 성격,
상황, 문화적 배경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인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다행히 노인은 앞을 내다볼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인 듯 하다. 그는 조금 더 많은 돈을 투자하여 소를 사 가지고 왔다. 여물을 꼬박꼬박 먹이고 외양간을 깨끗이 청소해주고,
그 어떤 것보다 소에게 정성을 들였다. 소는 무럭무럭 자라났고 논밭을 척척 갈며 병 든 노인에게 더 없이 큰 힘이 되었다. 노인이
명을 다할 때쯤 그 소는 새끼를 낳았다. 그리고 그 소들은 노인의 유가족들에게 아낌없는 봉사를 하며 그들의 희망이 되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소와 인간과의 친분관계, 소의 성실성을 말하려고 제시한 것은 아니다. 노인은 국민이고, 소는
국민연금이다. 노인이 소에게 여물을 챙겨주고 씻겨주는 것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조금씩 납부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노인이 병이 들었을 때
소가 논밭을 갈며 도왔다는 것은 은퇴하거나 소득능력을 상실하였을 때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연금을 지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노인이 명이 다할 때쯤 소가 새끼를 낳았다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소가 그 유가족을 돕는 다는 의미인데 이는 본인이 사망을 해도 그
유족에게도 연금이 지급되어 역시 안정된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를 안겨주는
국민연금이란 무엇일까. 평소에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했다가, 나이가 들어 은퇴하거나 예기치 못한 장애, 사망 등으로 소득능력을 상실하였을
때 본인과 그 유족에게 매달연금을 지급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1988년 직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처음 시작하여 행복한 삶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아울러 선진복지 한국의 미래를 위한 토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 이러한 국민연금의 장점을 토대로 국민연금의 중요성은 무엇이며,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국민연금의 장점으로 우선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바로 장기(長期)적이라는 점이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정복한 병의 수가 그렇지 못한 병의 수보다 더 많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평균수명이 77세이며, 앞으로
2030년까지의 예상 평균수명은 81.5세로 해가 더해질수록 그 수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풍요로운 물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증가되었고,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한 사람들의 심미적 욕구도 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땀 흘려 번 돈을 노후에 투자하려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연장자들은 지난 날 성공을 하겠다는 일념하나로
시대적 상황의 고난과 시련에 부딪치면서 굴곡이 많은 젊은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는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게 되면 그 굴곡을 메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듦으로써 일종의 보상심리를 느끼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젊은 날에 보험료로 납부한 돈을 노후에 다시 지급해 줌으로써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보상심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준다. 내가 살아 있는 한 평생토록 보험료를 지급 받기 때문에 안정된 노후 생활을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특징을 갖는다고 하겠다.
둘째로 사전(事前)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항상 앞으로
언제 닥칠지 모를 사고와 병마 등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것은 바로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연금은 어떤 일이 닥쳐오기
전, 즉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 물질적으로의 불안을 해소 할 수 있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다.
사고 발생 요소는 모든 상황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그 사고가 일어난 후에 나와
가족이 어떻게 생활해나가야 할 지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만약 연금 가입자가 병에 걸렸다거나 교통사고를 당해서 소득능력을
완전히 상실하였을 때 보험료를 국가에서 지급함으로써 가입자 및 가족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조명탄은 공중에서
터지면서 강한 빛을 내어 야간정찰이나 항공기의 이착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이다. 예상치 못했던 사고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마치 어두운 밤과 같이 앞으로의 행보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조명탄과 같이 그 어둠을
걷어줌으로써 사고 이후에도 안심하고 가입자가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므로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셋째로는 상호보완적이다. 국민연금보험은 다른 보험과는 확연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18세 이상 60세
미만이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사람들은 의무를 이행하기보다는 권리를 먼저 누리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서의 의무는 조금 다르다. 의무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권리가 커진다. 그 뜻은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자 수가 많아진다. '나' 혼자서 대비하기 힘든 생활고를 모든 국민이 서로 도와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좁게 보면 의무의
이행에서 끝이 나지만 넓게 되면 나 자신에게 그만큼 연금을 톡톡히 활용할 수 있는 권리가 더 많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또한 나의 조그만
투자가 다른 사람에게 득이 될 수 있고, 나도 그만큼의 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우리 조상들의 '상부상조'의 정신과 맥이
통한다.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었다. 당시 농업이 생업이었던 조선시대 때에는 모내기를 할 때에 넓은
논마지기를 한 사람이 다 하기에는 벅찼기 때문에 먼저 심은 사람이 옆 사람을 도와주면서 고된 농사일을 쉽게 해낼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 농업이 쇠퇴하고 정보산업과 첨단산업이 발달하는 시대가 왔음에도 그 정신이 상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에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항상 존재하고 '우리'라면 그 일을 해결할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국민연금보험에도 의료보험과 마찬가지로 형평성의 원리가 적용된다. 즉 '부담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보험료를 많이 내고 적을수록 적게 내지만, 수령하는 연금의 격차는 납입한 보험료의 격차보다 적다. 그러므로 빈부의
격차를 연금수령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980년대에는 자본주의, 성장 후 분배정책 등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빈부격차가 커지고 사회구성원의 이질감이 더욱 심화되게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와서 복지국가를
지향함으로써 성장보다는 분배가 중시되고 사회보장제도가 더욱 확대되었다. 국민연금이 더욱 활성화되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1988년 처음 시행된 이래 국민연금은 자연스러운 소득 재분배를 이루게 하고, 빈부격차를 줄여 이질감을 완화시킴으로써
사회통합에 적극 기여하여 그 입지를 확고히 굳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19세기말에 도입된 독일에
비해 아직은 초보단계이다. 그러므로 그 시행 취지를 잘 살려서 제1의 사회보장제도로 장착되려면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첫째로는 도입 당시 조금 내게 하고 많이 주자는 정치논리가 작용한 결과 본격적인 연금지급이 시작되는 2008년 이후
25년만인 2031년이면 40여 년 간 적립하던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재정 불안정은 "저 부담-고
급여" 의 급여체제와 급속한 인구구조의 노령화에 기인한 것이다. 부담과 급여의 격차를 일정 선까지 알맞게 조절하여 재정 불안정으로
연금지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도시 자영자로의 적용확대 역시 자영자의 소득파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시도됨에 따라 확대적용 대상자인 자영자 뿐 아니라 기존 가입자인 근로자들로부터도 강한 반발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은 형평성의 원리가 적용되므로 부담 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과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소득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까지 모든 가입자들이 소득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잣대가 없기 때문에 소득신고의 투명성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소득신고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겠다.
"네 하루하루가
너를 형성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한 가정을, 지붕 밑의 온도를 형성할 것이다. 또한 그 온도는 이웃으로 번져 한 사회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너의 '있음'은 절대적인 것이다.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라는 법정스님께서 쓰신 글귀가
생각난다. 이 말에서처럼 이제 국민연금은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아니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고, 초보단계이지만 앞에서
얘기했던 여러 가지 장점은 사회 통합, 소득 재분배,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국민연금으로 우리 사회의 온도를 고르게
형성시켜 주면서 국민을 더욱 단결시켜주었다.
이제 21세기이다. 하루에도 몇 억 개의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낙오되는 정보화 산업, 첨단 산업시대이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늘어가고만 있고
갈피를 잡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연금은 우리가 잘 발전시키고 보완하면 행복한 삶을 평생 보장받을 수 있고, 선진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를 키우는 행복은 곧 나의 미래 실현이자 한국의 미래 실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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