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4회 장려상)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작성부서
홍보실
등록일
2003/08/20
조회수
2112
내용
제4회 장려상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전 유 철 / 인천 서구 가좌2동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들어간 지 1 년. 그 동안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아직도 대기업 간의 ‘빅딜’이 요원한 상태이고, 지금 이 시각에도 금융권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불어닥치고 있 는 위기의식에 직면해 있다.

국민들의 의식도 IMF 이전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IMF 이전에는 중산층이라고 자위하던 시민들이 그 이후에는 [중산층 이하]의 상대적 빈곤을 느끼고 있다. 직장인과 개인사업자들의 소득도 줄고 소비도 줄고 따라서 제반 경기가 위축되어 경제활동이 정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실업자들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으며, 생계가 막연한 노숙자들의 불편한 잠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화려한 도시 속의 공원 안에는 한끼가 아쉬운 노인들이 무료 급식소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는 풍경들이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경제회복을 위한 기업들의 건강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실직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 망이 튼튼히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상태에서 실업은 개인의 생존권 위협은 물론 가족해체, 나아가 사회해체와 직결되기 때문에 실직자들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사회 안전망의 구축이 시급한 현실이다.

영국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서구 선진국들의 복지정책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 은 나만의 헛된 욕망이 아닐 것이다. 그들 나라에서는 실업을 당해도 충분한 실업 수당의 혜택을 입을 수 있어 우리 나라처럼 당장 생계에 위협을 느낄 정도가 아니라고 한다. 또한 정년 퇴직한 사람들도 연금수혜자로서 노후를 풍요롭게 지낼 수 있다고 한다.

그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는 아직도 유아적 시발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지 금도 어느 공원 안을 배회하며 한끼 식사를 걱정해야 하는 초라한 모습의 실업자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랠 수 없다.

미래를 위하여 생활 설계를 하지 못한 국가나 개인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 무모한 행위일까? 실업 자가 가두(街頭)에 범람하고 있다면 그 나라는 복지국가라고 할 수가 없다. 복지국가란 일반적으 로 사회보장이 충실한 국민 모두의 생활 안정과 삶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국가가 아니겠는가?

옛날 시골에서는 딸을 낳으면 집 앞에 오동나무 한 그루를 심었고 아들을 낳으면 과실수 한 그루 를 심었다고 한다. 그 어린아이와 더불어 나무가 자라서 그 여식이 시집 갈 시기가 되면 오동나무 도 아주 튼튼하게 커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를 돌보듯이 나무도 정성스럽게 가꾸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식이 시집갈 때 그 오동나무를 베어서 여러 가구들을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다가 올 그날의 미래를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투자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과실수 한 그루 를 심는 것도 눈앞의 결과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연금은 우리들 노후대책을 위해 절대 필요한 정책일 것이다. [복지사회건설]의 국정지표 하에 1988년 1월 1일부터 국민연금제도를 실시한 것은 분명 우리에게 내일의 사회보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환영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금 우리 집에도 어머니가 국민연금을 받아 아버지와 두 분이 오붓하게 생활하고 계신다. 가입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큰 액수는 아니지만 생활하시는 데 요긴한 도움을 얻어 마음의 위안 과 더불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고 계신다.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얻게되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아버지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연금 수혜자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 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당시에는 개인사업자로서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되지 못했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국민연금제도가 실시된 지 5년만에 최초의 특례노령연금 수급자에 해당되었다. 특례노령 연금은 5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60세에 달할 때에 [기본연금의 25% + 가급연금액]을 합 한 금액을 지급 받게 되어 있었다.

그 당시 연금수급 안내 통지를 받고 기뻐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머니는 당신께서 최초의 ‘특례노령연금 수급자’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셨다. 주위 사람들에게 은근히 과시하며 자랑도 하셨다. 연금액은 매년 일정한 금액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에 따라 매년 증가한다는 사실도 당신께는 간과할 수 없는 기쁨이 되고 있다.

부모님과 옆 동네에 살고 있는 관계로 우리 식구는 한 달에 서너 번씩 찾아 뵙곤 한다. 가끔 보고 듣는 일 중에서 아버님과 가깝게 지내는 이웃 노인의 일화가 생각난다.

그 노인 내외도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두 분만이 살고 있다고 한다. 생활 능력이 없는 그 노인은 자식들이 주는 생활비로 나날을 살고 있었는데 요즘 IMF를 맞아 자식의 개인사업이 잘 되지 않 아 부모를 찾아오는 횟수도 줄고 생활비도 점점 줄어서 생계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칠순이 넘은 아버지는 그 노인을 가끔 집에 불러 식사를 대접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매월 연금을 받고 있는 우리를 상당히 부러워한다고 말씀하시며 어머니는 매우 흐뭇해하셨다. 나 는 어머니의 그 만족해하는 웃음 이면에 깔린 무척이나 고생스러웠던 당신의 지난 세월의 무게가 실려 있음을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는 우리 사 남매를 키우기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신 분이었다. 보험회사 모집 인부터 식당 종업원, 판매사원, 노점상, 공장의 미싱공 등으로 일하시며 우리 형제를 대학까지 공 부시킨 억척의 어머니였다. 사실 아버지는 하시는 사업마다 별 소득이 없이 늘 전전긍긍하던 처지였다. 어머니가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 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다니셨던 공장에서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었던 것은 지금 돌아봐도 행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현재 나는 ‘임의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다. 89년부터 94년까지 직장연금보험에 가입 되어 있었지만, 회사를 퇴직하고 나서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속 가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가입기간이 길기 때문에 내가 연금 수급권자가 될 때는 꽤 많은 연금을 수급할 수 있으리라 기대 가 된다. 따라서 노후는 안락하고 풍요롭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미래의 청사진이 눈앞 에 펼쳐지면서 나는 잠시 행복감에도 젖어본다.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제도가 지난 1988년 1월 1일부터 도입되어 시행에 들어간 이래, 비록 그 실시의 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 공적 연금제도의 중심적인 제도로서의 의의는 자못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항간의 매스컴에서 거론되고 있는 거시적인 재원확충에 좀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나라도 피용자의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의 경감과 아울러 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단계적으로 사용자의 부담률을 높여 나가는 방향으로 국민연금의 재원정책을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자식을 낳으면 한 그루 나무를 심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슬기를 발휘하였 듯이 우리 나라도 복지국가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한 국민연금 정책에 한 그루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국민 모두가 동참하는 연대의식을 발휘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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