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일, 김OO(60세) 씨가 연금수급 신청을 위해 공단을 찾았다. 그는 사실 국민연금 수령조건의 최소납부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할 뻔 했다. 젊은 나이에 이혼 후 식당 일을 하며 혼자 외로이 살아오던 김 씨는 건강이 안 좋아 하던 일을 그만 두게 되고 월 4만7천 원씩 납부하던 국민연금도 못 낼 형편이 됐다. 당시 납부기간은 7년.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국민연금 사내 봉사단 관계자는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3년 동안 연금보험료를 아무런 조건 없이 대신 납부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김 씨는 반신반의했지만 바로 다음 달부터 자신의 연금보험료가 납부되는 것을 보고 암흑 속에서 천사를 보는 듯 했다. 그렇게 3년 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보험료가 납부되어 10년을 채우게 됐고, 드디어 이번 달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직원 이OO(38세) 씨는 10년 전에 만난 박OO(51세) 씨의 국민연금보험료를 9년 간 개인 돈으로 대신 납부해주고 있다. 또 어떤 직원은 5명의 연금보험료를 가입자도 모르게 5년 이상 대신 납부해주기도 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제도가 확대되면서 전국 공단 지사에서는, 가입하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워 가입하기 어려운 고객들의 상담과 하소연, 불평불만을 거의 매일 접하면서 이렇게 남몰래 보험료를 대납해주는 직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역가입자 중 55세 이상, 5년 이상 납부이력이 있고 가정사정이 어려운 사람 대상
국민연금공단 사내 봉사단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아예 이러한 봉사활동을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전체 직원의 80% 정도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연간 모이는 후원금도 3억여 원에 달한다. 이 후원금으로 지역가입자 중 55세 이상, 5년 이상 납부이력이 있고 최근 가정사정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골라 연금보험료를 지원 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이렇게 지원을 받은 사람은 모두 205명이며 지원금액은 총 1억여 원에 달하고 이 중 58명이 연금 수급자가 됐다.
제도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찌할 수 없는 상황 많아
사실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은 노후 필요 없으니 당장 내 돈 내놓으라거나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노후걱정이냐는 식의 불만과 항의에 단련(?)되어 있기도 하지만 법에 명기되어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찌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또 그러한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연금보험료 지원뿐 아니라 치과진료, 긴급재해구호 등 국민연금 봉사단의 연간 활동횟수는 3500건에 달한다. 공단 직원들은 앞으로도 언제나 묵묵히 이러한 일들을 지속 전개해나갈 것이다.